'박유천 눈물의 기자회견', 자기방어였나 긍정 평가 위한 전략이었나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2차 조사를 받았다. 이날 출석은 박씨 측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박씨는 전날인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9시간에 걸쳐 조사받았으며 마약 구매·투약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씨는 지난 10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가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와 함께 마약을 했다고 보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경기도 하남시 박씨의 집과 차량·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씨의 모발 등도 채취했다. 황씨는 앞선 지난 1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박씨의 마약 구입 정황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등 마약을 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와중에서도 박씨는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박씨는 10일 입장문에서 “이 자리에 나오기 결심한 것은 제가 모든 것을 직접 솔직히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렇게 마약을 한 사람이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하지만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받더라도 제가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제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건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 모든 게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기방어 본능이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심리학) 서울대 교수는 “사람이 극단에 몰리면 본능적으로 비난을 부정하고 자신을 방어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2016년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오랜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입장문에서도 “한동안 긴 수사를 받으면서 사회적 질타와 도덕적 죄책감 등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호소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올 때 오히려 존재를 드러내 긍정적 평가를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파일러는 이를 ‘자기 제시’ 혹은 ‘자기 표현’ 심리라고 설명했다. 이런 심리는 이미지를 신경 쓰는 유명인에게서 더 잘 드러난다. 이 프로파일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해 3월 검찰에 자진 출석한 것 역시 비슷한 심리에서 나온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일반적으로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실제 혐의 입증이나 선고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큰 의미가 없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 발언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씨의 법률 대리인인 권창범 변호사(법무법인 인)는 “박유천씨가 증거 인멸을 위해 제모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지금까지 경찰에서 보여준 CCTV 사진은 설명 가능하다. 정황에 대해 경찰과 박유천씨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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