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사형 때 올랐던 '성 계단', 300년만에 덮개 벗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사형되던 날, 모욕과 고통 속에 올라갔다는 믿음이 있는 로마의 '성(聖) 계단'(Scala Sancta·스칼라 상타)이 약 300년 만에 나무 덮개를 벗은 본 모습으로 개방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로마 동남부 성요한라테라노 대성당 옆에 위치한 '성 계단 성당'은 28단의 대리석 계단과 천장, 벽의 프레스코화 등에 대한 약 10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로마 교구 총대리 안젤로 데 도나티스(Angelo De Donatis) 추기경이 복원된 ‘성 계단’을 축복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예수가 당시 로마제국의 유대 총독이던 빌라도의 법정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았을 때 올라갔던 계단으로 알려진 이 계단은 해마다 수십만 명의 순례객들이 몰려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발이 아닌 무릎과 손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한 성지이다.
예루살렘에 자리해 있던 이 계단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처음 허용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가 기독교로 개종한 뒤 326년 로마로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교황 이노켄티우스 13세는 1723년 이 계단을 마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무 덮개를 씌웠고, 이후 대리석으로 된 성 계단의 맨살은 1950년 청소를 위해 한 차례 뜯어낸 것을 제외하면 목재 속에 감춰진 채 밖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
이 성당의 주임신부인 프란체스코 궤라는 "성 계단은 완전히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닳아 있었다. 순례객들이 밟고 올라가면서 계단이 완전히 패였다"며 복원을 거치기 전 성 계단의 마모 정도가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본 모습을 드러낸 성 계단은 나무 덮개가 덮여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덧신을 신은 채 무릎과 손으로만 오를 수 있다. 성령강림절인 오는 6월 9일까지 신자들의 접근이 허용되며 이후에는 다시 나무 덮개로 덧씌워질 예정이다.
한편, 복원과정에서 나무 덮개를 제거할 당시 계단 안쪽에서 수년에 걸쳐 놓인 묵주와 자필 기도문, 사진, 동전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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