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떼려다 혹붙인 꼴" 후쿠시마 수산물 WTO 역전패에 日열도 충격
日언론 WTO 패소 1면에 비중있게 다뤄…日외무상 심야 담화문
판결 계기로 日수산물 안전성 부각시키려던 의도 틀어져
"한국 조치가 WTO 규정 준수한다는 것 아니다" 의미 축소 급급
"7명 중 4명이 결원…WTO 분쟁해결 능력 약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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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1심 판결을 뒤엎고 우리나라 후쿠시마 등 일본 8개 지역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 내리자 낭보를 기다리고 있었던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WTO 판결을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해 일본산 수산물 제한조치를 하는 다른 나라와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한 제재를 정당화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들은 WTO 상소기구가 한국정부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타당하다고 판정한 소식을 1면에 싣는 등 비중 있게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NHK 등도 WTO 상소기구 발표 직후 심야에도 속보를 날리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역시 새벽 1시께 담화문을 발표해 “대단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언론과 정부는 자국 농산물의 안전성을 국내 외에 강조하기 위해 제기한 WTO 제소가 오히려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끝난 것에 당황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2월 1심에서 일본 측 제소를 받아들여 한국이 후쿠시마현 인근 8개 현 해역에서 붙잡힌 수산물들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며 WTO 규정에 위배한다는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승소’를 확신하고 있었던 만큼 당혹감은 더욱 커졌다.
일본은 이번 최종심에서 승소하면 이를 계기로 다른 나라의 규제 해제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이후 약 54개 국가와 지역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했다.
현재는 23개 정도로 줄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미국, 필리핀, 마카오는 등에서는 일부 현에 한해 일본산 수산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들 국가 중 우리나라만을 상대로 2015년 5월 WTO에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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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히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일본이 패소하면서 다른 나라와 지역에도 수입 규제의 완화를 요구할 예정이던 일본 정부의 전략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예상을 뒤엎고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일본 언론과 정부는 WTO 판결 의미를 축소하는 등 사건 진화에 급급한 모습이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WTO는 한국의 조치가 WTO 협정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WTO 판결은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고노 외무상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한국에 규제조치 전체를 철폐해달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과 협의해 조치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역시 “이날 판결은 한국의 조치가 WTO 규칙에 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WTO 보고서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오염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적절한 수준의 소비자 보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닛케이는 상소위원회 위원 정원 7명 중 4명이 결원 상태이라며 “WTO의 분쟁해결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가 자의적인 판단을 한다며 상소위 결원인원 보충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WTO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민감한 사항에 대한 판단에 소극적으로 나서게 됐고 이는 이번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미·중 무역전쟁 등 중요한 분쟁안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확실하지 않은 판단이 계속되면 WTO의 분쟁해결 기능 역시 의심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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