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폴더블폰이 불러올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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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폴더블폰이 불러올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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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이균성 총괄 에디터)#‘삼성에 묻는다, 폰을 왜 접으려하나’는 제목의 칼럼을 두 번이나 썼었다. 2015년 9월에 처음 썼고, 2018년 8월에 두 번째로 썼다. 두 번 다 삼성 폴더블폰 출시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을 때다. 보도를 보는 순간 그게 삼성 폰 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빠른 추격자’에 머물던 삼성이 ‘시장 선도자’로 변신할 핵심 아이템을 손에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같은 제목의 칼럼을 두 번이나 쓴 데는 까닭이 있다. 첫째, ‘시장 선도자(First Mover)’란 말이 삼성에겐 얼마나 큰 트라우마인 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런 이유로 ‘최초’와 ‘시장 선도자’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이제 와 솔직히 말하면, 그 두 가지 이유로 삼성 폴더블폰 출시가 가능한 늦춰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고, 칼럼은 그 생각을 돌려 표현했었다.

삼성 갤럭시 폴드 발표 장면(사진=지디넷코리아)

#우리 국민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와 ‘시장 선도자’란 경제 용어를 상식 수준으로 알게 된 것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벌인 애플과 삼성의 혈투 때문이었다.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삼성 폰 사업의 한계를 설명할 때 이 프레임을 적용했다. 삼성은 ‘빠른 추격자’고 애플은 ‘시장 선도자’였다. 이 프레임은 ‘삼성은 죽었다 깨어나도 애플을 넘을 수 없다’는 무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삼성으로선 억울한 일이다. 판매량 기준으로 줄곧 세계 1등을 하는데도 삼성은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하고 있다. 같은 1등이면서도 반도체와 TV 분야에는 이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나는 부품이고 하나는 세트이기 때문에 업종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지난 칼럼에서 고민하고자 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삼성이 이 프레임을 격파할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그 답에 대해 묻고 싶었다.

#첫 칼럼으로부터 3년6개월이라는 적잖은 시간이 흘렀고 어찌됐든 삼성은 이제 그 답을 시장에 내놨다. 평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몇몇 추종작과 달리 기술 완성도 측면에서 ‘갤럭시 폴드’가 탁월하고, 기술과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한 회사의 체력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가장 잘 할 회사로 삼성이 꼽히는 듯하다. 많은 이 기대처럼 삼성이 이 폼펙터로 ‘시장 선도자’가 되길 빈다.

#다만 ‘최초’와 ‘시장 선도자’가 동의어는 아니라는 걸 두고두고 뼈저리게 새기기 바란다. ‘승자의 저주’ 이론은 과도하게 피를 흘리는 경쟁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기술도 이 이론에 지배받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삼성이 ‘빠른 추격자’라는 비아냥에 억울해 하는 것은 1등을 했을 뿐만 아니라 애플에 비하면 기술 분야에서 너무도 많은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시장 선도자’가 연구개발 투자비, 특허등록 건수, 최초 개발 상품 등을 기준으로 따지는 거라면 삼성은 당연히 그렇다. 문제는 그럼에도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저 혹독한 프레임을 깨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삼성은 화웨이처럼 삼성보다 더 ‘빠른 추격자’를 만났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삼성은 이 지겹고 억울한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게 이 문제로 세 번째 칼럼을 쓰는 이유다.

#‘유일무이(唯一無二)’ 프레임을 새로 짜 전파하는 건 어떨까. ‘빠른 추격자’와 ‘시장 선도자’ 이야기는 너희끼리 말해라, 우리 제품은 세상에 유일한 것이다. 사실 이는 허구(虛構)다. 그러나 ‘빠른 추격자’와 ‘시장 선도자’도, 삼성이 억울해 하는 이유가 충분한 것처럼, ‘허구의 프레임’일 뿐이다. 중요한 건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거기서 빠져나오려면 삼성 주도의 새 프레임을 던져야만 한다.

#유일무이 프레임을 새로 짜기 위해서 ‘기술’과 ‘모방’과 ‘예술’의 삼각관계를 잘 파악했으면 한다. ‘최초’와 ‘시장 선도자’가 동의어가 아니라고 강조한 건 이 삼각관계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최초의 기술’ 사례는 숱하게 많다. 또 최초의 기술은 반드시 모방된다. 그리고 모방에는 두 종류가 있다. 짝퉁과 예술이 그것이다. 예를 극단화하면 짝퉁은 옛 중국산들이고 예술은 애플 제품들이다.

#갤럭시 폴드 출시를 가능한 한 늦췄으면 하고 바란 까닭은 ‘시장 선도자’가 되기 위해 ‘최초’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이 삼각관계를 등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적(敵)에게 내 패만 까주는 꼴이다. 결국 모방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달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비교불가의 유일무이 프레임을 짜서 세상에 나오길 기대했던 거다.

#유일무이 프레임은 소비자 기억을 점령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실제 제품 품질보다 소비자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허구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아이폰은 그걸 잘 했고 갤럭시는 잘 하지 못 했다. 그 프레임은 너무 강고해 갤럭시 품질을 매년 개선하는 것으로 깨부술 수 없다. 그래서 삼성이 잘 하는 걸 드러낸 새 프레임이 필요하고 그 프레임을 소비자 기억에 새기는 전략이 중요하다.

#기술 우위는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건 시장 경쟁의 프레임이 되기 힘들고, 소비자 기억을 점령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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