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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나와 길거리 피자 장사···'포브스 30인' 된 푸드트럭

마법사 0 707 0 0
블랙핑크, 이강인과 함께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싱가포르 경영대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젊은이가 있다. 잘 나가던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를 하던 그가 고른 직업은 피자 가게 주인. 그것도 그냥 가게가 아니라, 좁은 트럭 안에 앉아 피자를 굽는 '푸드 트럭'이었다. 피자 산업이 ‘레드오션(Red Ocean)’이란 소릴 듣던 2015년이었다.
 

고피자 임재원 대표가 3년을 함께한 푸드트럭 앞에서 자신의 피자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김정민 기자


실제 2015년까지 연 2조원에 달했던 국내 피자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선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그의 피자 가게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매장 수는 이미 30개를 헤아린다. 올해 안에 70~8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피자(Go Pizza) 임재원(사진ㆍ29) 대표의 이야기다.

임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지가 꼽은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30/30 Asia 2019)’에 뽑혔다. 걸그룹 블랙핑크와 축구 스타 이강인 선수도 여기에 포함됐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 서울 상수동 고피자 본사에서 임 대표를 만나 레드오션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비결을 물었다.
 

임재원 대표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의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30/30 Asia 2019)’에 선정됐다. [사진 포브스 화면 캡처]



Q : 왜 피자인가. 
A : “2015년 2월 10일의 일이다. 야근하다 ‘피자가 먹고 싶은데 커서, 비싸서, 오래 기다려야 해서 못 먹는다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길로 ‘고피자(GOPIZZA)’란 이름을 생각하고 1인용 피자에 도전했다. 고피자란 이름은 ‘피자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지’란 첫 발상처럼 짧고, 직관적인 액션이 들어갔으면 해서 ‘고(GO)’를 붙여 지었다.”



Q : 레드오션인데 뛰어들 용기가 나던가. 
A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피자를 햄버거처럼 먹을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봤다. 기성 피자 업체들이 어려워진 건 소비자가 피자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나처럼 피자를 먹는데 불편한 점이 있다거나, 일부 브랜드의 갑질 논란 등으로 소비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피자 만들기 기본부터 다져
 

Q : 피자를 만들 줄은 알았나.  
A : “전혀. 송파구 가락시장 근처에서 피자 학원을 몇 달 다녔다.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마다 피자를 구웠다. 6개월은 죄다 ‘못 먹는 피자’였다. 그해 말쯤 어머니의 인사동 한식당 한 켠을 빌려 300만원 짜리 화덕을 들여놨다. 조금씩 성공한 피자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한 프랜차이즈 피자집 알바를 시작하고부터 대기업 피자 산업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고피자 임재원 대표의 창업 초기 노트. 틈날 때마다 직접 피자를 구워보며 피자를 연구한 흔적이다. 그의 에버노트엔 총 424개의 메모가 있다. 김정민 기자



Q : 어떤 문제점이었나. 
A : “처음부터 가장 어렵다는 피자 도우(반죽) 펴는 일을 시켰다. 계속 구멍 나고 실패작을 만드는데도 그 상태로 피자가 나가더라. 충격이었다. 또 매장 크기는 보통 264㎡(약 80평)이었는데 이중 절반이 주방이었다. 임대료,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또 많아 봐야 하루 200만~300만원 어치를 파는데, 재료는 전쟁 군수품처럼 쌓아두더라.”




철저히 기존 피자 가맹점과 반대의 길을 걷다
 

Q : 고피자는 기존 피자 전문점과 뭐가 다른가.  
A : “우선 주방 크기가 작다. 덕분에 투자 비용이 적다. ‘적은 인원’으로 ‘좁은 공간’에서 빨리 만들 수 있도록 ‘풀 프루프(Fool Proofㆍ바보가 와도 실수할 여지가 없도록 한 것)’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 예로 초벌 도우를 도입했다. 매장에서 도우를 만들 일 없이 공장에서 초벌 구이가 된 완성품 도우를 생산해 보냈다. 2017년엔 피자 굽기에 최적화된 자동 화덕인 ‘고오븐(Goven)’을 개발ㆍ특허출원했다. 고오븐은 기존 컨베이어 오븐과 달리 화덕이지만, 크기도 30%에 불과하고, 가스 사용량도 절반에 그친다. 또 생산성을 극대화해 초벌 도우에 토핑을 올리고 고오븐에 넣으면 3분 만에 피자 6개가 나온다. 그 덕에 주방 크기도 줄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점의 경우 주방 6.6㎡(2평)을 포함 42.9㎡(13평)짜리 매장에서 하루 200만~300만원 어치를 판다.”





Q : 재고 관리는 어떻게 하나. 
A : “재고 관리하는 게 별로 없다. 그날 그날 소진한 걸 아침에 채워 넣는 걸 기본으로 한다. 초벌 도우 덕이다.”


고피자의 초벌 도우는 어려운 피자 제작 공정을 간단하게 바꿨다. [사진 고피자]




3년간 월급도 못받기도
 

Q : 고비는 없었나. 
A : “투자자와 직원을 잘못 만나 고생했다. 창업 후 지난해 7월까지 3년간 월급을 받은 적도 없다. 사회초년생이 갑자기 대표가 되니 직원 입장에서도 답답했을 거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화덕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이 잇따라 떠나도 멈추지 않은 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3년간 돈 한 푼 벌지 못한 그였지만, 2017년 5월부터 2018년 8월까지 2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자금 측면에서도 안정을 이루게 됐다. 올해 매출 목표는 70억원. 영업이익률 10%가 목표다. 그의 다음 꿈은 이미 해외로 나가 있다. 그중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가 목표다. 인도 피자 시장 규모는 연 6조원 대다. 게다가 해마다 25%씩 커지고 있다. 현재 인도 피자 시장은 미국의 한 피자 브랜드가 독식 중이다.
 

'햄버거 세트'와 비슷한 구성의 '고피자 세트'. 임재원 대표는 '햄버거처럼 먹을 수 있는, 햄버거 가격의 피자'를 컨셉트로 고피자를 만들었다. [사진 고피자]


“카이스트 나와서 길거리 장사를 할 때 모든 걸 다 걸고 하겠다고 이미 생각한 거다. 국내에서도 바닥에서 시작해 일궈냈다. 인도에서도 상황은 똑같이 열악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가진 게 많으니 자신 있게 도전하겠다.”


고피자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페퍼로니 피자. 김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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