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줄 알았는데"…과일의 배신
'회사에서 집에서 가져온 사과를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료가 말했다. "부럽네요. 사과도 마음대로 먹고." "네? 사과를 마음대로 못 먹어요?" "네. 전 당 수치가 높아서요."
그 땐 '이 맛있는 사과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니 안 됐다' 하고 지나쳤다. 한 번도 내 몸의 당 수치로 걱정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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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도 아니고 가공식품도 안 먹는데 '당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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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건강검진에서 공복시 혈당 수치가 100을 넘어 '당뇨 전 단계'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정말 '이거 실화야?'란 생각이 들었다. 당뇨란 비만인 사람의 문제라는 편견이 있어서였다.
일단 나는 비만이 아니다. 정상체중 범위의 하단을 간신히 넘는, 굳이 따지자면 다소 마른 편이다. 건강검진 결과 내장비만도 없었다.
음식도 건강하게 먹는다고 자부했다. 과자나 탄산음료 같은 가공식품을 거의 먹지 않는다.
내가 이 말을 하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의사는 운동을 열심히 해보라는 처방을 내렸다. 나는 1년간 남들이 보디빌더 대회에 나갈거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다.
하지만 1년 전 건강검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공복시 혈당이 100 밑으로 떨어져 수치상 정상 범위 위 안으로 들어왔지만 고작 99였기 때문이다.
'아니, 음식 잘 먹고 운동을 그렇게 하는데 99? 뭘 더 하라는 거야?'란 좌절감이 들었다.
'내 당 섭취량이 이렇게 많았어?'…주범을 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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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도한 당이 당뇨병 등의 질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뇌에 염증을 일으켜 뇌세포를 파괴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나의 하루 당 섭취량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팻시크릿(FatSecret)이란 앱을 통해 알아본 나의 하루 당 섭취량은 충격적이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당 섭취량은 2000kcal 섭취시 50g 이내다.
그런데 나의 하루 당 섭취량은 100g을 훌쩍 넘었다. 원인은 과일이었다. 나는 과일을 좋아하고 평생 과일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루에 사과 2개, 오렌지 2개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렇게 먹으면 벌써 당 섭취량이 50g을 넘는다. 여기에 다른 음식에 들어있는 당 성분을 합하면 늘 100g을 넘었다.
물론 과일에 들어 있는 천연 과당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과 달리 식이섬유와 다른 영양소도 같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 사업가로 140kg에 달하던 체중을 90kg 밑으로 감량하며 건강을 되찾은 데이브 아스프리는 '최강의 식사'라는 책에서 "과일은 채소보다 사탕과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채소는 당분이 적고 영양가가 매우 많은데 반해 과일은 주로 당분과 수분, 소량의 식이섬유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과일의 과당은 괜찮다는 생각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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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변환돼 체내 지방을 늘리고 피부와 동맥의 주된 결합조직인 콜라겐과 결합해 노화를 촉진한다.
과당은 또 장내 유해균을 늘려 몸에 손상을 입힌다. 특히 과당을 좋아하는 몇몇 장내 유해균은 대사작용의 부산물로 요산을 생성해 통풍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아스프리는 통풍을 치료하려면 육식을 줄이라고 하는데 과당을 줄이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당을 과다 섭취하면 뇌의 도파민 수용체 수가 감소해 체내에 도파민이 생성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나 쾌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엔 하루 50g의 당 섭취도 너무 많다며 25g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당 25g이면 하루에 중간정도 크기 사과 2개 수준이다. 청포도는 32알 정도면 25g이 된다.
문제는 과일을 이 정도로 먹으면 다른 음식에서는 당 섭취가 전혀 없어야 25g을 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스프리의 지적대로 과일은 채소의 친구가 아니라 사탕의 친구다. 과일이 몸에 좋다는 생각으로 마음껏 먹는 것은 설탕을 마음껏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살을 빼고 노화를 늦추고 두뇌 건강을 지키려면 과일이 건강한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버꿀 필요가 있다. 천연 과당도 결국 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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