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끌려나온 백발의 어산지…英경찰 "美 대신해 체포"
에콰도르 "망명조건 반복적 위반" 보호조치 철회
미 법무부 "첼시 매닝 일병 기밀폭로 공모 혐의"
뮬러 특검 종료 직후 이뤄져…신병 인도될지 관심
백발에 하얀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사복 경찰 여럿에게 팔과 다리를 붙들린 채 현관문 밖으로 실려 나왔다. 카메라 쪽을 향해 남자가 손짓하며 무언가 외쳤지만 카메라가 접근하는 사이 남자는 경찰 밴 차량에 태워졌다. 마치 백주대낮의 공개납치처럼 진행된 ‘어산지 체포 작전’이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7)의 ‘대사관 7년 망명’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11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이 경찰의 진입을 허용함에 따라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했다. 에콰도르 측이 그에 대한 보호 조치를 철회하면서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도 어산지가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함에 따라 외교적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어산지의 체포 사실을 확인하면서 "영국에서 사법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경찰은 "어산지의 체포는 영국 법원의 구인장에 불응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정부의 송환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어산지가 컴퓨터해킹을 통한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호주 국적의 어산지는 2010년 3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 일병과 공모해 국방부 컴퓨터에 저장된 암호를 해독한 뒤 기밀자료를 빼내는 등 불법행위를 지원한 혐의(컴퓨터 침입 음모)를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빼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올려 1급 수배 대상이 됐다.
어산지는 2010년 8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2012년 에콰도르에 망명을 신청하고 런던 주재 대사관 건물 내에서 피신 생활을 해 왔다.
어산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보고서에도 주요하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특검팀은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 측 이메일을 해킹하며 대선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의 역할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어산지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선 ‘권력의 남용을 막으려 한 진실의 폭로자’로 지지해왔고 다른 편에선 ‘성범죄 전력의 무정부주의적 해커’로 폄하하기도 한다. 특히 어산지에 이어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에스워드 스노든이 미국내 통화감찰 기록과 NSA 기밀문서 등을 폭로하면서 정보 공개의 자유와 국가 안보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었다. 현재 러시아에 망명 중인 스노든은 어산지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에 “자유 언론의 어두운 순간”이라고 썼다. 위키리크스 측도 트위터에 에콰도르 정부가 국제법을 어기고 어산지의 정치적 망명을 불법적으로 종료했다고 비난했다.
이날 체포는 전격적이었지만 조짐은 지난주부터 나왔다. 모레노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과 가족의 사적 정보를 위키리크스가 가로채 소셜미디어에 유포했다며 그가 반복적으로 망명 조건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체포 전날엔 위키리크스를 통해 에콰도르 대사관 측이 어산지를 상대로 광범위한 간첩 감시 활동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2017년 모레노 대통령 당선 이후 어산지는 대사관 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종종 불화를 빚었다.
현재 어산지에게 적용됐던 스웨덴 당국의 성범죄 혐의 수배는 철회된 상태다. 그러나 어산지는 2012년 법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것 때문에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어산지의 조사 및 기소를 추진했지만 언론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가로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7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 당국이 어산지를 기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국이 스노든의 NSA 문건 폭로 과정에 위키리크스가 깊숙이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전하면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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