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손학규…안철수 복귀설 속 '정중동'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 안철수 전 의원(자료사진/윤창원 기자)4·3 국회의원 보선 참패로 바른미래당 내분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분당 위기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내홍을 봉합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퇴진 요구를 강하게 일축했지만,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전원이 회의 보이콧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격해지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 대표 측, 국민의당계, 바른정당계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며 대립하는 상황에서 당내 일정 지분이 있는 '안철수 등판론'도 제기된다.
안 전 의원이 직접 당의 전면에 나서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갈등의 중재재가 돼 달라는 요구지만, 일단 안 전 대표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조기) 전당대회, 재신임 투표 등을 얘기했는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퇴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지도부가 모두 불참하면서 손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 강도를 더욱 높였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의 통큰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손 대표가 일단 필사적으로 버티는 상황에서 이같은 내홍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계는 손 대표를 방어하고, 바른정당계는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의 주도권 싸움과도 직결된다.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손 대표는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갈등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선거 결과와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 의원총회를 열고자 했으나,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원내대표단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 등으로 김관영 원내대표가 일정이 잡혀 일단 순연됐다.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일하게 공통적인 인식은 '이대론 내년 총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당내 잡음을 무릅쓰고 총력 지원한 4·3재보궐에서 이재환 후보는 3.57%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바른미래당 '기호 3번'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버티기'가 계속된다면 바른정당계 8명 의원을 중심으로 탈당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자유한국당 측이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도 이와 연계된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 가치를 같이 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보수통합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손 대표 측은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탈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 대표가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호남 출신 의원은 "정치인의 탈당은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나 아니면 누가 대표를 할 것이냐"며 이미 조기 전당대회 요구를 일축한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카드로 분석된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염두하는 국민의당계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보는 바른정당계를 일단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셈이다.
비대위 체제가 들어설 경우 창당 주주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의 역할론이 떠오를 수 있다. 두 사람이 등판해 위기의 당을 추스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안 전 의원의 경우 최근 국내 복귀설이 흘러나오면서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 측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한 전직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 본인은 그렇게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뭔가 생각이 정리되어야 오는 것인데, 단순히 보궐선거에서 어려워졌으니까 다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등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안 전 의원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측근들의 의견 표출을 통해 그의 의사가 전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의원 측 원외 인사들이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 그렇다.
한 측근 인사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현 지도부가) 책임을 지자, 이런 얘기를 했으니까 아무런 일도 없이 갈 순 없을 것"이라며 '손학규 퇴진론'에 대해 "(안 전 의원 측) 원외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안 전 의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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