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59%, 독일의 6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 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업종이나 기업 규모를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동 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연평균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1~2015년 2.2%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1~2007년(7.9%)보다 5.7%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까지 합친 전(全) 산업 생산성 하락 폭은 2.1%포인트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 대상 24국 중 그리스, 아이슬란드, 핀란드 다음으로 넷째로 컸다.

산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같은 고위 기술 업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금융 위기 이전 연평균 14.5%에서 금융 위기 이후 6.8%로, 자동차·기계·선박 등 중고위 기술 업종은 같은 기간 연평균 6.5%에서 0%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노동생산성 개선이 아예 없는 상태다. 각 산업 선도 기업과 후행 기업을 분리해 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생산성 감소 현상은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51달러로 미국(87달러)의 59%, 독일(81달러)의 63%에 그쳤다. 금융 위기 이전에는 미국의 46%, 독일의 43%였던 것에서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차이가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 주력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노동 경직성 완화,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체계 확산, 고용 형태 다양화 등을 통해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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