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손목 자르고 돌로 쳐도 '신의 뜻'이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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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손목 자르고 돌로 쳐도 '신의 뜻'이라는 나라

보헤미안 0 717 0 0

최근 동남아시아 소국(小國) 브루나이에서 새로 시행하는 형법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새 법에 따르면 동성애 혹은 간통을 행하면 숨질 때까지 돌을 던져 죽이는 투석 사형에 처하게 됩니다. 또 절도범의 경우 초범은 오른 손목을, 재범은 왼쪽 발목을 절단한다고 합니다. 미성년자도 이런 처벌에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법이 공포됐다고 해서 실제 적용될지는 알 수 없고 이런 법을 시행하는 이슬람 국가가 예외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21세기 사법체계와 인권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법은 마치 마녀 화형이 일상이었던 중세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비슷한 형법을 시행했던 중동의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는 국제테러단체로 규정돼 현재는 영토 없이 내몰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 달러가 넘는 부유한 아시아 국가가 이런 법을 도입한다니 비이슬람교도에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지요.

이러한 형법의 근거가 되는 이슬람 율법을 ‘샤리아’(Sharia)라고 부릅니다. 이번 [알쓸신세-고보면 모 있는 기한 계뉴스]에서는 나라별로 다른 샤리아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이슬람 내부의 개혁 목소리도 함께 짚어봅니다.
 

지난해 4월20일 인도네시아 반다 아체의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샤리아법 집행관이 얼굴을 가린 채 꿇어 앉는 여성 무슬림에게 채찍 태형을 가하고 있다. 이 여성은 성매매 혐의로 구속 수감돼 왔다. 이날 또다른 남녀 커플은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각을 했다는 이유로 마찬가지로 공개 태형을 당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아체주, '공공장소 포옹' 이유로 공개 태형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반다 아체의 이슬람사원 뜰에서 다섯 커플이 공개적으로 회초리를 맞았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미혼 상태에서 공공장소에서 포옹하거나 성적인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각각 수개월 간 교도소에서 수감돼 왔습니다. 두건을 쓴 집행관이 각자 등에 4~22대씩 태형을 가했습니다. 신음소리를 내는 이들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에 이 영상을 담기도 했다는군요.

반다 아체를 주도(州都)로 하는 아체 주는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분류됩니다. 무슬림 비율이 98%가 넘어 인도네시아 전체(약 87%)보다 보수색이 뚜렷합니다. 이곳은 2001년 자치권을 인정받은 후 샤리아를 법으로 채택했습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내 다른 도시에선 묵과되는 음주, 도박, 불륜, 공공장소 애정행각 등도 이곳에선 종교경찰의 단속 대상이 됩니다. 아체주는 지난해 살인죄에 공개 참수형을 도입하려 했지만 인도네시아 국내법에 밀려 시행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샤리아란 이슬람의 수많은 규범을 공식적으로 성문화한 것입니다. 이 근거가 되는 것은 이슬람교의 경전(經典)인 꾸란(Koran, 코란)입니다. 꾸란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610년부터 23년간 알라(이슬람의 유일신)로부터 받은 계시를 집대성한 것으로 여기에 쓰여진 내용은 유산 상속, 남성 후견인, 일부다처제 등 당시 부족 혹은 씨족 사회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로 따지면 당나라 수양제가 고구려를 침범한 살수대첩(612년)이 벌어지고 서동요를 불러 선화공주를 배필로 맞은 백제 무왕이 재위(600~641년)한 시기죠. 이때 전해진 꾸란에 근거하는 샤리아는 숭배의 방법 뿐 아니라 일상생활, 개인의 행동, 경제 교류와 법적 거래, 가정생활, 심지어 국가의 통치까지 규제하기도 합니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1400년 된 관습법이 21세기 이슬람교도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일부 강성국가선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억압 도구로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발흥한 이슬람교는 이제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 18억명(세계인구의 약 24%)의 신도를 두고 있습니다. 샤리아 역시 지역별·나라별로 다른 양상을 띠고 시행됩니다. 예컨대 리비아에선 인도네시아 아체주와 달리 공개 태형을 하더라도 맞는 사람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때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고통보다는 수치심을 줘서 교화하는 게 목적이라는 얘기지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같은 나라도 샤리아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 다듬었기 때문에 인권 이슈에 휘말리는 일은 적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강성국가의 경우입니다. 예컨대 중동 최고의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매주 금요 예배가 끝나면 중앙광장에서 공개적인 형벌이 시행됩니다. 많은 경우 태형에 그치지만 극단적인 경우 절도범이 양손이 잘리거나 간음한 자가 돌팔매질 당하고 살인자·반역자 등이 참수 당하기도 한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와치(Human Rights Watch)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집행된 사형 건수는 2015년 158건, 2016년 154건, 2017년 146건에 달했는데 상당수가 이런 참수형이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파크레인의 도체스터 호텔 앞에서 브루나이의 새 샤리아 형법에 반대하는 인권운동가들이 'LGBT(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도체스터 호텔은 최근 동성애자 등에 대한 투석 사형을 도입한 브루나이 정부가 투자 운영하는 호텔 체인으로 알려져 있어 조지 클루니 등 저명인사들의 보이콧 대상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게다가 샤리아는 여성과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게 억압적인 방식으로 적용되는 편입니다. 특히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잔혹성을 과시하고 공포 통치를 일삼는 일부 권력집단이 문제입니다. 소말리아 태생의 무슬림이었다가 네덜란드에서 난민 신분을 인정받고 정치인·활동가로 활약해온 아얀 히르시 알리(50)는 이를 고발해온 대표적인 여성 학자입니다. 국내에도 번역된 그의 저서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에는 이로 인해 고통받고 끝내 목숨을 잃은 약자들의 사례가 허다하게 나옵니다. 예컨대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208쪽).

「나의 조국 소말리아에서는 열세살 소녀가 남자 3명에게 윤간당했다고 신고했는데, 당시 남부 항구도시 키스마요를 장악하고 있던 알 샤바브 무장단체는 오히려 소녀에게 간음혐의를 씌우고 유죄로 판결한 뒤 사형을 선고했다.(중략) 남자 4명이 소녀를 구덩이에 목까지 파묻었다. 그런 다음 50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10분 동안 소녀에게 크고 작은 돌들을 던졌다. 10분이 지나자 돌팔매질이 중단되고 소녀가 구덩이에서 끌어올려졌다. 간호사 2명이 다가가 소녀가 아직 살아 있는지 살폈다. 아직 맥박이 뛰고 있다고 말하자 소녀는 다시 구덩이에 파묻혔고 돌팔매질이 계속됐다. 구경하던 여덟살 소년이 참다못해 끼어들었다가 무장단체가 쏜 총에 맞아 죽임을 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차마 필설로 옮기기 끔찍한 장면입니다. 물론 이 사례는 십수년전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장악한 외딴 지역에서 샤리아를 빙자해 행해진 공포 통치의 일면입니다. 그러나 한층 민주적인 이슬람국가에서도 서구적 기준으로 볼 땐 차별적인 관습을 율법이란 이름으로 용인하곤 합니다. 2013년 미국 퓨 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전 세계의 무슬림들: 종교, 정치, 사회’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무슬림인구가 가장 많은 5개 국가(인도네시아 2억400만, 파키스탄 1억7800만, 방글라데시 1억4900만, 이집트 8000만, 나이지리아 7600만 명)에서 무슬림 대다수가 샤리아를 어떤 식으로든 공식 법률에 반영하는 데 찬성했습니다.
 



극단주의 '지하드'는 일부…상호 이해 통해 인권의식 높여야
 



나아가 일부 사람들은 샤리아가 무슬림 뿐 아니라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라도 적용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소수 극단주의자들이 추종하는 지하드가 문제가 됩니다. 성전(聖戰)으로 번역되는 지하드는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해 이슬람교도에게 부과된 종교적 의무로서, 이들 극단주의자들은 자살폭탄공격 등 테러 행위를 불사합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론 테러리즘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최근 뉴질랜드에선 한 호주인 남성이 이슬람사원에서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50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극우 정당들이 집권한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이들의 반난민·인종차별주의에 고무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슬람포비아’가 무고한 이슬람교도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지요. 이런 비극 속에서 저신다 아던 총리는 무슬림공동체를 위로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해 세계인의 공감을 샀습니다.

실제로 18억 무슬림 중 대다수는 폭력·잔혹성이 꾸란 혹은 이슬람교의 본성이라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게다가 많은 무슬림들이 서구 사회로 이주·정착하면서 그간 고수해온 전통에 대한 생각도 바뀌는 중입니다. 2011년 ‘아랍의 봄’은 중동 이슬람권에서 벌어지는 개혁 움직임을 대표적으로 보여줬지요. 가장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 왕정국가 사우디 역시 여성의 운전 및 공연·스포츠 관람을 허용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21세기는 국경을 넘나들며 정치·경제·문화를 교류하는 시대입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배격은 폭력과 적대의 악순환을 낳을 뿐입니다. 오히려 역사는 더 많은 교류와 개방이 상호 인식을 넓히고 개인의 권리를 향상시켜왔음을 보여줍니다. 이들 내부의 개혁과 자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21세기에 걸맞은 인권의식을 함께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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