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1.5조원 랜드마크' 조양호의 '마지막 유작', 직접 가보니
조양호 회장 평생 숙원 'LA 윌셔그랜드센터', 美서부 대표하는 '한국기업' 최고층 랜드마크…호텔 직원, 조 회장 별세 소식에 충격]
한진그룹 소유 LA(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미국 LA(로스앤젤레스)의 부촌 비벌리힐즈에서 윌셔대로를 타고 코리아타운과 맥아더동상을 지나 다운타운에 들어서면 거대한 마천루 하나와 마주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 '윌셔그랜드센터' (The Wilshire Grand Center)다. 총 73층, 335m로 미국 서부에서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의 랜드마크다.
조 회장이 병마와 싸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장 큰 애착을 보인 곳이 바로 여기다. 그도 그럴 것이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 △ 경복궁 옆 서울 송현동 7성급 호텔 건립과 함께 그의 3가지 평생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이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생전에 이룬 꿈이 윌셔그랜드센터 건립이다.
한진그룹 소유 윌셔그랜드센터의 호텔과 오피스 가운데 호텔 운영은 글로벌 호텔체인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이 맡고 있다. 1층에 로비가 있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윌셔그랜드센터 내 인터콘티넨탈호텔 LA다운타운점은 70층에 로비를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투숙객들은 초고층 스카이라운지에서 LA 도심을 내려다보며 체크인을 하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한진그룹 소유 윌셔그랜드센터 인터콘티넨탈호텔의 70층 로비에서 내려다 본 LA(로스앤젤레스) 전경/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8일 오후 인터콘티넨탈호텔 70층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하룻밤 객실료가 400달러(46만원) 이상에 달하는 고급 호텔임에도 이번주 객실 투숙률은 평균 95%에 달했다. 호텔 매니저 매니(Manny)씨는 "평소에도 투숙률이 70% 이상을 유지하고, 요즘처럼 국제회의가 많을 땐 주중에도 95%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호텔의 실소유주였던 조 회장의 별세 소식에 대해 물었다. 매니 매니저는 충격을 받은듯 깜짝 놀라며 "조 회장을 알고 있지만, 그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무척 슬프고 비극적인 소식"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LA에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한국기업 소유의 마천루를 세우겠다는 조 회장의 꿈이 시작된 건 30년 전이다. 1989년 조 회장은 미국 현지법인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 LA의 유서 깊은 호텔 중 하나인 지상 15층, 지하 3층의 윌셔그랜드호텔을 사들였다.
그러나 호텔 증축은 쉽지 않았다. 건축규제와 자금조달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20년이 지난 2009년 한진그룹은 비로소 윌셔그랜드호텔을 초고층 호텔·오피스 건물로 탈바꿈하는 '윌셔그랜드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17년 6월23일 한진그룹 소유 LA(로스앤젤레스)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환한 표정으로 테이프를 자르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네번째)/ 사진=한진그룹이후 8년 동안 무려 13억달러(1조5000억원)가 투입됐다. 주변의 반대도 없지 않았다. 이미 고급 호텔이 밀집한 LA 도심에 객실 900개짜리 럭셔리 호텔을 만들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였다.
지진이 잦은 LA에 무슨 초고층 빌딩이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조 회장은 뚝심을 갖고 밀어붙였다. 지진 위험을 고려해 '좌굴방지가새'(BRB) 공법을 적용, 진도 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했다.
결국 2017년 6월23일, 조 회장이 꿈에 그리던 새로운 윌셔그랜드센터가 문을 열었다. 개관식에서 테이프를 자르는 조 회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건설 기간 중 1만1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개관 후엔 1700여개의 신규 고용이 생겨났다. LA시는 25년간 숙박세 면제라는 혜택으로 화답했다.
폐질환으로 LA에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한 조 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말 한국으로 옮겨져 장례 절차에 들어간다. 조 회장은 떠나지만, 윌셔그랜드센터는 여전히 LA 교민사회뿐 아니라 LA시의 긍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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