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수부대, 부차서 민간인 8명 처형" NYT, 조사 공개
[서울신문 나우뉴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지난 3월 4일 최소 8명의 우크라이나 남성이 러시아 공수부대에 연행되고 있는 모습. 영상 속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나중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 뉴욕타임스러시아 공수부대가 지난 3월 4일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최소 8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남성을 처형했다며 뉴욕타임스(NYT)가 자체조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조사 결과는 NYT가 입수·분석한 영상 자료와 목격자 증언에 근거한 것으로, 당시 부차 일대를 점령한 러시아 공수부대가 우크라이나 민간인 남성 8명을 처형한 의혹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서는 나중에 영상 속 남성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 뉴욕타임스우크라이나 민간인 처형 사건의 시계열 데이터는 NYT가 분석한 영상 2건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각 영상에는 러시아 공수부대원들이 총구를 겨둔 상태로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한 사무실 건물로 연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건물에서는 나중에 영상 속 남성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NYT가 인터뷰한 여러 명의 목격자는 영상 속 남성들이 연행된 이후 처형 방식으로 살해됐다고 증언했다. 목격자들 중 한 명은 자신도 총에 맞았으나 목숨을 건졌다고 밝혔다.
이반 스카이바의 모습. / 뉴욕타임스자신을 벽돌공이라고 밝힌 이반 스카이바(43)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 옆구리에 총알이 박혔다.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죽은 척했다”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처형 사건 다음 날 촬영된 드론 영상에는 러시아 군인 2명이 해당 건물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옆에는 전날 처형된 시신 여러 구가 쌓여 있다. NYT는 민간인 처형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또 폐쇄회로(CC) TV에 포착된 러시아 군인들의 장비를 분석하고 총격이 발생한 건물에 남겨진 증거를 토대로 영상 속 군인들을 러시아 공수부대 소속임을 확인했다.
러시아군에 처형된 우크라이나 민간인 남성 8명의 모습. / 뉴욕타임스아울러 현지 당국과 가족, 목격자의 인터뷰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당시 처형된 남성 8명의 신원도 밝혀냈다. 조사 결과 8명은 모두 살해되기 며칠 전 현지 민병대를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차를 비롯해 보로댠카, 호스토멜, 이르핀 등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는 지난달 초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민간인 집단 학살 및 고문, 성폭행, 살해 등의 정황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부차에서는 시신 중 일부가 손이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격을 받았거나 성폭행 뒤 불에 태우려 한 흔적 등이 발견돼 전 세계에 충격을 전했다.
러시아의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현재 1만 1000여 건의 러시아군 전쟁범죄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이미 50여 명의 러시아 군인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형사재판소(ICC) 또한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재판대에 세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BBC 등은 전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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