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전기료 266만원"···빚 내는 자영업자
9일 중앙일보가 한국전력의 '전력데이터 개방 포털시스템'에서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의 월별 전력사용량(2010년 8월~2018년 8월·매년 8월 기준 월별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한전이 전기를 판매한 도·소매업체 개수는 2012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8월 도·소매업체 수는 64만1565호로 2012년 8월 대비 9% 감소했다. 1995년만 해도 국내 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94만4000개였지만 이제는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은 2012년 8월 대비 14% 늘었다. 평균단가가 8%(㎾h당 127원→136.7원) 오른 데다 사용량이 6%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숙박·음식업에서 전기를 사용한 업체 수는 같은 기간 2% 줄었는데 전기요금은 24%나 늘었다. 전기사용량이 14% 증가하고 평균단가(㎾h당 124.7원→135.5원)가 9% 오르면서 벌어진 결과다.
이처럼 업체 수는 감소하는 데도 전기사용량과 요금이 늘어난 것은 왜일까. 우선 일부 대형매장에서 전기를 많이 썼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고객의 구매 여부와 무관하게 매장에 불을 켜놓고 냉방 시설을 돌리는 등 전기를 써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쓰면 전기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영세업자에겐 '사치'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공장 등 제조업체에 적용되는 산업용과 달리, 일반용 전기요금을 지불하다 보니 전기료 부담이 높다. 지난해 8월 기준 도·소매업에 적용된 전기 평균단가는 ㎾h당 136.7원, 숙박·음식점업은 135.5원으로 전체 평균(120.7원)보다 높았다. 제조업은 116원이었다.
'영세업종 상가 전기 요금 현실화'라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한 상인은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다 보니 냉동고를 끄고 퇴근할 수 없어 24시간 전기를 쓴다"면서 "영세 상인이 서민 상대로 장사하면서, 판매가를 올리기 어려운데 각종 공과금은 늘어만 간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인데 지난해 7~8월 전기요금이 각각 15만원이나 더 나왔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전기요금 폭탄에 죽을 지경이다"라는 내용의 호소문도 눈에 띈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더위·추위에 민감한 고객에게 맞추다 보면 전기료를 포함한 자영업자 비용부담은 늘기 마련이다"면서 "정부의 개문(開門) 영업 단속도 별 효과를 못 냈던 거로 보인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역 선거에선 "골목상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최대 20%의 전기료 할인을 추진한다"는 공약도 나왔다.
전기료·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부담이 느는 상황 속에,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 영업을 하고 있는 걸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72조원 규모였던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00조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