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00억원대' 70대 상속자, 알고보니 사기 전과 9범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대동한 상속사기 건에 피해자 20여명만 발 동동
경기도 부천에서 부동산경매사무실을 운영중인 A(56)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B(68)씨를 소개받아 만났다. 법무사무장 출신이자 상속사건 전문가로 밝힌 B씨는 자신이 해결했다는 거액의 한 상속사건을 소개했다.
사건 내용은 폐기물처리 업체를 운영하던 중 직원 C(49)씨의 이모 D씨가 자신의 어머니 E(78)씨 몰래 6000억원대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가로챈 전모를 파헤쳐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에 진정을 냈고, 이에 김 지검장이 특수부에 내사를 지시하자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이모 D씨가 급히 어머니 E씨를 찾아와 용서를 빌며 상속재산을 처분해 6대4로 나누기로 약정했다는 것. 다만 상속재산 처분에 필요한 5%(30억원)의 비용은 E씨가 부담하기로 했는 데, E씨가 비용마련이 어려워 B씨가 이를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E씨의 상속지분 중 1127억원을 투자받기로 약속받았다며 E씨와 맺었다는 계약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B씨는 이어 30억원도 거의 해결됐고 나머지 서류 비용 2억원만 있으면 된다며 A씨에게 한달후 원금 상환과 함께 70여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설득해 A씨는 공증과 함께 2차례에 걸쳐 2억원을 B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나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A씨는 B씨와 함께 분할 상속인 E씨가 살고 있는 평택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E씨의 아들 C씨가 나타나 어머니의 상속사실을 확인해주며 오히려 현재의 어려운 여건을 호소해 A씨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 이후 B씨 등은 A씨에게 일부만 상환한 뒤 다시 거액을 빌리거나 국내 유명 변호사까지 대동해 사실처럼 일을 진행시키며 모두 35차례에 걸쳐 6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B씨와 C씨, E씨는 사기 등 전과 9범인 E씨를 중심으로 가상인물인 D씨를 내세우는 사기를 공모한 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C씨, E씨와 공모해 사기행각을 벌이던 B씨는 내가 사기 수법을 인지해 사법기관에 고발하려 하자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거론하는 것은 물론, 모 지검의 차장검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총장을 지낸 변호사 등을 대동해 이행각서를 읽게 하는 등 상속건을 사실인 양 믿게해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E씨 등은 A씨로부터 더 이상 돈이 나올 가능성이 없자 다시 다른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해 또다른 피해자 F(53)씨에게 접근, 2017년 3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거액의 투자약속 등 같은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8억500만원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F씨는 이들에게 보낸 사채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어렵사리 경기도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숨어지내던 B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F씨는 “A씨 등과 함께 피해자들을 만난 것만 23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30억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며 “B씨 등은 검찰에 구속된 뒤에도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어 피해자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최근 B씨와 C씨를 특별경제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가 사기방조 혐의로 고소한 변호사 2명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