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탈취·중국제조2025 대폭 양보?..NYT '용두사미' 지적
"구조문제 변화에 구속력 미미한 상황에서 합의 임박"
수출확대-관세철회 맞교환하나..中, 합의직전 트럼프 변심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애초 미국이 설정한 목표에 한참 미달한 채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의된 의제와 이달 말 대타협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지만 내용을 보면 중국 산업·통상정책의 근본적 변화와 거리가 있다는 진단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서 세부사항 조율을 남겨둔 채 다수 의제에서 잠정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중국은 대두와 같은 농산물,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에너지를 미국에서 더 많이 수입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의 개방폭을 넓히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장벽도 일부 낮추기로 했다.
나아가 중국은 합의 위반 때 고율 관세를 즉각 복원하는 방식의 합의 이행강제 장치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무역전쟁 기간에 주고받은 고율 관세를 일부 철회하는 방안을 제시해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
NYT는 미국이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한 전체 관세 가운데 최소 2천억 달러어치 물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무역전쟁 기간에 부과한 모든 고율 관세를 백지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실상 무역전쟁을 촉발한 명분이기도 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합의는 봉합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현재 세부조율 사항은 중국의 오랜 통상 관행을 바꾸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절도, 외국기업에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하는 산업 보조금, 외국기업들에 대한 차별 등에 대한 문구가 애매하거나 너무 광범위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기술이전 강요나 해킹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기술 도둑질', 보조금을 통한 기간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 등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개시한 명분이었으며 미국 협상진이 핵심으로 간주해온 핵심의제였다.
결국 애초 설정한 목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용두사미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관세를 철회하는 무역합의에 다가갔으나 미국이 애초에 설정한 대로 중국 경제의 실질적 변화를 쟁취하는 데는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도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달 중순 정상회담을 통한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됐으나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문에 일정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으로 무역합의를 도출할 날짜를 오는 27일께로 명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핵심 난제를 극복해가고 있는 현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변할까 노심초사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에스워 파라사드는 NYT 인터뷰에서 중국으로서는 합의 직전까지 다가선 뒤에 행정부나 언론의 강경한 목소리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까 우려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중 강경파로서 미국 협상단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물품을 중국에 더 많이 파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처음부터 중국 정부는 중국 공장에 장기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에 대한 수입확대부터 외국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해외투자법 개정까지 자국에 유리한 변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 변화는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