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조선궁궐 건물이 처음 관객 앞에 열린다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의 외부 정면. 단아한 모양새의 단층 전각이다. 다른 정전과 달리 정면이 동쪽을 향하고 있다.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궁궐 건물인 창경궁 명정전(국보)이 올봄 관객들 앞에 처음으로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조선 궁궐 정전인 ‘창덕궁 인정전’(국보)과 ‘창경궁 명정전’을 올해 봄과 가을 개방하는 내부관람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4일 밝혔다.
정전은 궁궐에서 으뜸가는 집이다. 임금이 중신들과 함께 나랏일을 논의하고 외국사신들을 맞는 의식을 치렀던 핵심 공간이다. 임금이 앉는 자리인 어좌(御座)와 임금이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병’ 등 품격 높은 궁중 공예품과 회화 등이 다수 소장된 곳이기도 하다.
명정전은 지은지 400년이 넘은 조선궁궐의 최고령 건물이다. 조선 성종 15년(1484)에 처음 세웠다가 임진왜란으로 불탄 뒤 광해군 8년(1616)에 재건했다. 정면 다섯칸, 측면 세칸에 단층팔작지붕을 인 전각으로, 창덕궁 돈화문, 창경궁 흥화문 등과 함께 17세기까지 이어진 조선전기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명품 건축물로 꼽힌다. 2층 규모의 정전인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보다 작지만 공포와 지붕의 짜임새, 조성기법 등이 세련되고 균형감이 뛰어나다. 1544년 불과 8달만 임금자리에 있었던 12대 임금 인종의 즉위식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인정전은 2층 누각의 날아갈듯한 처마선 맵시가 인상적인 창덕궁의 정전이다. 순조 3년인 1803년에 재건된 위풍당당한 건물로 창덕궁에서 가장 큰 단일 전각일 뿐아니라, 티브이사극의 배경으로도 종종 등장해 일반인에게도 친숙하다. 내부를 살펴보면, 어좌 위엔 임금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한 닫집이 있고, 높은 천장에는 두 마리의 봉황 목조각이 달려있는 광경이 눈길을 끈다. 순종황제 시절인 1907년 내부를 근대식 공간으로 개조하면서 설치한 전등과 유리창, 마루바닥도 볼 수 있다.
두 정전의 내부관람 시간은 차이가 있다. 인정전은 오는 6일부터 30일까지 봄철 개방 관람을 하고, 11월 6~30일 가을철 관람개방을 이어간다. 개방기간중 매주 수, 토요일 하루 4차례(오전 10시 30분,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2시30분) 전문 해설사의 인솔로 운영한다. 이 중 1회차(오전 10시30분)는 외국인을 상대로 오전 10시 15분부터 시작되는 창덕궁 전각 영어해설과 연계해 진행된다. 처음 내부 관람이 시작되는 명정전은 다음달 2일부터 5월31일까지 봄철 개방 관람이, 10월2일부터 11월 29일까지 가을철 개방관람이 이어지며, 개방기간중 매주 화~금요일 창경궁 전문 해설사의 인솔로 관람이 진행된다.
참가희망자는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접수신청할 수 있다. 회당 입장인원은 30명으로 제한되며 비가 오면 관람할 수 없다. 세부 내용은 창덕궁누리집(www.cdg.go.kr)을 검색하거나 창경궁관리사무소(02-3668-2300)로 문의하면 된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