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엄마 '등골' 빼먹는 형에게 한 김혜자의 깜짝 제안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
ⓒ KBS |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안녕하세요>에는 8년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형 때문에 고민이라는 동생이 출연했다. 28살의 형은 한심할 정도로 삶을 낭비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둘 때마다 돌려쓰는 핑계는 '힘들다', '몸이 고되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다' 따위였다. 그렇게 8년째 집에서 놀고 있었다. 잠으로 14시간, 게임으로 10시간을 보내는 식이었다.
▲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
ⓒ KBS |
그는 도대체 왜 저렇게 살고 있는 걸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삶을 무의미하게 낭비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라도 숨겨져 있는 걸까. 굳이 외부에서 이유를 찾자면, 엄마의 분별없는 태도가 문제였다. 동생은 '엄마가 형을 장남이라는 이유로 오냐오냐 하며 많이 감싸는 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자신에겐 알아서 잘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언제나 뒷전이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
ⓒ KBS |
"저희 형하고 비슷해요. 엄마는 형한테 맨날 욕하면서 형이 뭐한다고 하면 돈 주고. 엄마가 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형은) 지금까지도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편의점 알바 정도로 혼자 돈을 버는 것 정도. 제가 형을 함께 건사하고 있는데, 절대 변하지가 않더라고요. 엄마가 계속 끼고 계시다가,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형은 또 동생이 챙길 수밖에 없는, 동생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보다 못한 김태균이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형을 좀 더 냉정하게,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차갑게 대하시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러나 엄마는 뜬금없이 "사주를 봤는데 장남이 서른 살에 풀린다고 하더라"고 말해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엄마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 <눈이 부시게>의 한 장면 |
ⓒ JTBC |
마침 <안녕하세요>의 사연이 소개되기 직전에 JTBC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김혜자)가 이 땅의 청춘들에게 담담히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혜자는 오빠 영수(손호준)의 성화에 못 이겨 그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별사탕을 벌던 중, 대화의 주제는 '늙으면 좋은 점이 뭐냐'로 흘러갔다. 다들 우스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혜자는 '늙으면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고 청춘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이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가. 등가 뭐시기가 무슨 말이냐. 물건의 가치만큼 돈을 지불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가 뭔가 갖고 싶으면 그 가치만큼의 뭔가를 희생해야 된다 그거야. 당장 내일부터 나랑 삶을 바꿔 살 사람! 내가 너희들처럼 취직도 안 되고 빚은 산더미고 여친도 안 생기고, 답도 없고 출구도 없는 너네 인생을 살 테니까. 너희는 나처럼 편안히 주는 밥 먹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도 받고, 하루종일 자도 누가 뭐라 안 하는 내 삶을 살아.
어때?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본능적으로 이게 손해라는 느낌이 팍 오지? 열심히 살든 너네처럼 살든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게 젊음이라 별 거 아닌 것 같겠지만 날 보면 알잖아. 너네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이것만 기억해놔. 등가교환. 거저 주어지는 건 없어."
혜자는 '등가교환의 법칙'은 언급하며,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젊음'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답도 없고 출구도 없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젊음'은 그 자체로 찬란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스스로 자신의 삶을 허비하는가. 자칫 꼰대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것이 '죽음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년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였기에 가벼이 들리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
ⓒ KBS |
혜자의 저 말이 <안녕하세요>의 저 한심한 형에게 가닿을까. 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의 '안락한' 삶은 엄마와 동생을 착취한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유의 희생 덕분이라는 걸 말이다. 그게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다. 후회가 늦으면 그만큼 내놓아야 할 몫이 커지기 마련이다. 부디 형이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의 낭비되고 있는 청춘을 위해서다.
형에게 깨달음을 줄 법한 사연은 방송 중에도 등장했다. <안녕하세요>에서 두 번째로 등장했던 오남매의 사연은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들었다. 초등학생 막냇동생의 '심부름을 너무 시킨다'는 하소연이 전부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안타까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3년 전에 집을 나간 상태에서 둘째 누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첫째 누나가 결혼과 육아를 하게 되면서 둘째는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돈을 버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꿈도 포기해야 했다. 둘째는 동생들의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자신은 한 달에 5~10만 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작진이 굳이 사연의 순서를 그렇게 정한 건, 오남매의 이야기를 듣고 철없는 형이 조금이라도 깨우치길 바랐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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