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무릎 꿇린 트럼프…전방위 무역전쟁 벌이나
미중 무역협상. 자료사진.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던 미ㆍ중 무역전쟁이 이달 말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세 등등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등 타국과도 통상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ㆍ중 양국은 이달 27일을 전후해 정상회담을 갖고 8개월여간 끌어 온 무역 갈등 해소에 최종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상태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ㆍ화학 제품ㆍ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추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추가 관세 등 제재 조치를 대부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측은 남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탈리아ㆍ프랑스 방문 직후인 이달 27일쯤 정상회담을 갖고 공식 합의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협의가 진척된 상태라고 WSJ는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는 ▲자동차 벤처 외국인 소유 제한 조기 철폐 ▲자동차 관세 15% 이하로 인하 등과 함께 대중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산 제품 구매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미국산 제품 구매액은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중국석유화공)의 미 셰니에르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180억달러(약 20조2000억원)어치 구매 등 총 1조2000억달러(약 1350조원)에 이른다. 지식재산권(IP) 문제도 사실상 미국의 요구대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쟁점 중 하나는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우대 철폐 문제다. 또 미국 측이 일부 제재 부과 시엔 중국이 보복하지 않는 데 동의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19세기 서구 세력에 의해 부과된 것과 같은 불평등한 협상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해 7월 미국과 중국이 각각 340억달러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촉발된 미ㆍ중 무역전쟁은 일단 봉합될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에 대한 무역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수십 년간 미 지도자들이 이끌어온 세계 무역시스템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국가에 대한 무역전쟁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 메릴랜드주의 보수정치행사에 참석해 지나친 달러화 강세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냈다.
또 미 상무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해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종료 기자회견에선 느닷없이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이 수년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는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국에 바람직한 무역 협상이 나오지 않으면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