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서 인종차별 반대 대형 집회…"사람이 먼저다"
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집회 [AP=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에서 최근 소수 인종을 겨냥한 적대감이 눈에 띄게 고조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밀라노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집회가 크게 열렸다.
2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제2 도시자 경제 중심지인 밀라노의 상징 두오모광장을 비롯한 밀라노 시내 곳곳이 20만 명의 인파가 외치는 '사람이 먼저다'(Prima lepersone)라는 구호로 메아리쳤다.
구호·인권 분야의 시민단체가 주로 조직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현 정부의 강경 난민 정책이 인종차별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탈리아 우선'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이 이탈리아를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이를 동반한 일반 시민도 다수 눈에 띄어 눈길을 끌었다고 ANSA통신은 전했다.
집회를 조직한 단체는 성명에서 "두려움의 정치, 차별의 문화가 증오를 조직적으로 부채질하면서 1등 시민과 2등 시민으로 나누고 있다"며 "우리는 차별과 장벽, 장애물 대신에 포용과 평등한 기회, 진정한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이탈리아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밀라노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람이 먼저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펼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집회에 참여한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오늘 행사는 이탈리아가 현재 (외부에서) 묘사되는 (인종차별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강력한 정치적인 웅변"이라고 평가했다.
살라 시장은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의 반대파인 중도좌파 민주당 소속이다.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날 집회에 대해 "이탈리아인은 선거로 정부에 메시지를 전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고 선거가 거듭될수록 나와 '동맹', 현 정부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신임이 커지고 있다"며 신경 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반(反)인종차별 단체인 루나리아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인종차별이 동기가 된 공격은 최근 들어 급증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단체는 특히 이민자를 겨냥한 공격이 2016년에는 27건에 그쳤지만 2017년 46건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126건으로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보기관도 최근 의회 보고를 통해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이민자, 소수 집단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기관은 "외국인을 향한 편협함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증가할 위험이 실재한다"며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올해 이탈리아가 직면한 위협들 가운데 일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