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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첫 일정은 北대사관 방문… 정상국가 이미지 과시 노린듯

보헤미안 0 1554 0 0

26일 오전 8시 13분(현지 시간) 중국 국경에서 1.8km 떨어진 베트남 최북단 동당역. 방탄·방폭 기능과 82mm 박격포 등으로 무장한 짙은 초록색의 특별열차가 굉음과 함께 천천히 역사로 진입했다. 22분경 열차의 문이 열리고 검은색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땅에 발을 디뎠다. 23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평양역을 출발한 지 65시간 40분 만이다.

○ 경제시찰 건너뛰고 하노이 직행한 김정은

베트남 정부가 깔아놓은 레드카펫 위로 걸어 나온 김 위원장은 자신을 영접하기 위해 나선 보반트엉 베트남 공산당 선전국장과 악수하고 45초간 대화를 나눴다. 베트남 정부가 마련한 환영식 내내 양손을 번갈아 흔들며 환영객들에게 인사를 한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3박 4일간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열차 행군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이띠엔중 베트남 총리실 장관이 “베트남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베트남을 방문해 기쁘다. 베트남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환대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베트남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김 위원장이 플랫폼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경호원들은 몰려드는 취재인과 환영 인파를 헤치고 전용차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까지 김 위원장을 안내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가져왔던 바로 그 차량이다.

김 위원장과 일행은 베트남의 철통 경호를 받으며 하노이까지 170km를 직행해 오전 11시경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경제시찰 등 경유 없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보다.

김 위원장은 공개 발언도 자제했다. 멜리아 호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꽃다발을 건네받은 후 낮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며 의례적인 인사를 한 것 외엔 별말 없이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멜리아 호텔에서 가장 높은 22층 스위트룸에 마련된 숙소로 올라갔다.

○ 첫 일정은 대사관 방문, 정상 국가 이미지 부각

김 위원장은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21일부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했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참모진의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다시 숙소를 나선 것은 여장을 푼 지 6시간 만인 오후 5시 2분경.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1.6km 떨어진 북한대사관 방문으로 첫 대외 행보에 나섰다. 대사관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김명길 주베트남 북한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을 격려하고 면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의 도착과 함께 대사관 안에서는 2분가량 박수와 함께 커다란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오후 6시 4분경 숙소로 돌아왔다.

김 위원장이 첫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찾은 것은 정상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을 공식 방문하는 해외 정상의 일정은 통상 호찌민 묘소 참배로 시작하지만 김 위원장은 자국 대사관을 먼저 찾은 것.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대통령들이 해외 방문 시 주재국 대사관부터 찾아 대사와 직원, 가족을 격려하는 것을 벤치마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에는 김 위원장이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삼성공장 방문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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