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화물선 충돌…‘선장 음주에 따른 판단착오’에 무게
해경 “선회 공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고
…선장 음주 운항 때문으로 보여”
화물선 선장 구속영장 신청 검토
지난달 28일 오후 4시23분께 부산 남구 광안리 앞바다에 있던 러시아 선적 화물선(6천t급)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광안대교 구조물 일부가 파손된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지난 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6천t급)호가 부산 광안대교 아래쪽 구조물을 들이받은 사고 원인으로 화물선 선장의 음주에 따른 판단착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부산해양경찰서는 1일 “충돌 사고 전 선장이 이미 음주 상태였고, 판단력이 흐려져 선박의 항로변경 파악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씨그랜드호는 지난 28일 오후 4시23분께 부산 광안대교 하부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화물선 조타실에는 선장과 항해사, 조타사 등 3명이 있었는데, 선장이 술을 마신 것으로 해경은 확인했다. 당시 선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6%로 조사됐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다. 당초 0.05%였으나, 2014년 해사안전법 개정으로 기준이 강화됐다. 이를 어기고 음주운항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운항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입·출항 때 조타실에서 선박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이 술을 마신 것은 음주 운항에 해당한다.
해경의 설명을 들어보면, 씨그랜드호는 2월27일 부산 남구에 있는 용호만 부두에 입항한 뒤 철판 1400여t을 싣고, 이튿날인 2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했다. 출항 당시 씨그랜도호는 닻을 내린 채였다. 이 과정에서 용호만 부두에 계류해 있던 바지선의 닻줄과 씨그랜도호의 닻줄이 엉켰다. 이 때문에 씨그랜드호는 부두에 정선해 있던 요트 2대와 바지선 등과 충돌했다. 씨그랜드호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예인선을 요청했다가 엉킨 닻줄을 풀어 사고를 수습한 뒤, 예인선 요청을 취소하고 다시 출항에 나섰다. 씨그랜드호는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출항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오후 4시23분께 부산 남구 광안리 앞바다에 있던 러시아 선적 화물선(6천t급)이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광안대교 구조물 일부가 파손된 모습. 부산시 제공이어 씨그랜드호는 용호만 부두에서 빠져나가려고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길이 110m의 씨그랜드호가 한 번에 선회하려면 직선으로 700m가량의 공간이 필요하다. 용호만 부두에서 광안대교까지 직선거리는 400~500m에 불과하다. 씨그랜드호는 한 번에 선회하려다가 선회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후진했지만, 광안대교와 충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다.
해경 수사과 관계자는 “배의 선회 공간이 충분치 않으면 후진·전진을 반복해 부두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선장은) 배 길이와 선회 공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뒤늦게 배를 후진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타력(관성) 때문에 배가 떠밀려 광안대교 쪽으로 향했고, 2~3노트의 속도로 다리를 들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그랜드호 선장은 해경에서 “광안대교와 충돌한 후에 술을 마셨다”며 음주운항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시점을 가릴 예정이다. 이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음주량·체중·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적하는 수사 기법이다. 해경은 또 씨그랜드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해경은 업무상과실 선박파괴죄, 상해죄, 해사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선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광안대교 일부 도로에 차량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3일까지 현장 점검을 한 뒤 정상 차량통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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