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각국이 잇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경 봉쇄에 나서고 있다. 언론에선 전시나 다를 바 없다는 비유까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에선 1만8000명에 육박하는 확진 사례가 나왔고 사망자가 1200명이 넘었다. 프랑스와 독일에선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영국에선 800명 가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13일 유럽이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가 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전염병이 기승일 때 보고됐던 것보다 최근 유럽에서 매일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4000명 넘게 나온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중심가. 평소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곳이지만 한산하다. [EPA=연합뉴스]

4000명(13일 기준) 넘는 확진자가 나온 스페인에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다음 주 중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4일부터 2주간 비상사태를 발령하기로 했다.

엘파이스는 "마드리드 등은 이미 이탈리아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며 "영화관, 피트니스 센터 이용 등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시설들을 아예 폐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가리아 역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 봉쇄에 나선 나라들도 있다.

덴마크는 14일부터 한 달 동안 국경을 봉쇄한다. 폴란드 역시 15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 자국민 역시 외국에서 들어올 경우 14일간 격리한다. 항공편은 물론 육로로 들어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국경 봉쇄다. 체코 역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과 이란, 이탈리아, 한국 등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에서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이미 여럿이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독일에서도 휴교령이 내려지고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고 있다. 사람이 거의 없는 베를린의 모습. [AP=연합뉴스]

또, 거의 모든 국가에서 휴교령, 다중이용시설 폐쇄, 대규모 행사 취소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영국에선 지방선거가, 독일에선 집권 기독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연기됐다.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행사들도 줄줄이 연기돼 분데스리가 등 5대 프로축구리그가 모두 중단됐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선 이미 전국에 주민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국들이 일방적으로 이런 조처를 하면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수 있으며 긴급하게 필요한 장비가 병원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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