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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아 1명당 6700만원 혈세 쓰고도…출산율 0.98명 세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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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졌다. 사진은 텅 빈 병원 신생아실. [사진제공 = 연합뉴스]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2017년보다 3만여 명 줄어든 32만6900명에 그치면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사상 처음 1.0명 밑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인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도 현재 사례가 없다. '2017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98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없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88명까지 떨어져 0.9명 선도 지키지 못했다. 인구 감소 시점도 당초 예상 시점인 2028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이와 관련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매해 10만명씩 출생아 수가 줄고 있는 추세로 봤을 때 2020년대 초반에는 총인구가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최소 143조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반등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를 설치해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제3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저출산'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된 예산은 2006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해왔다. 당시 약 2조1000억원이던 저출산 예산은 10년 뒤인 2016년 10배 수준인 20조5000억원으로 늘었고, 그 이후로도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출생 아동 1인당 들어간 저출산 예산 역시 크게 증가해왔다. 2006년 출생아 한 명당 투입된 저출산 예산은 약 465만원이었다. 지난해 이 수치는 6669만원으로 14배 넘게 뛰었다. 반면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다 2015년부터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저출산 예산에 돈을 쓰지 말고 차라리 출생아 한 명당 6000만원씩 제공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외국과 비교하면 심각성이 극대화된다. 한국은 2004년 합계출산율이 1.16명에 그쳐 처음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후 두 해(2007년 슬로바키아·2012년 포르투갈)를 제외하고 매년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진 과장은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으로 떨어진 곳은 없었다"며 "과거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0명대 출산율을 경험하긴 했지만 모두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국가인 데다 지금은 모두 출산율 1.2~1.3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7월 '일·가정 양립'과 '삶의 질 제고'라는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을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작년 말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게 로드맵 목표다. 청년들의 근로·주거여건 등 삶의 질을 개선하면 자연스레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그러나 '패러다임 전환' '기존 정책 전면 수정'과 같은 거창한 구호와 달리 내놓은 정책들은 새로운 게 거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예를 들어 패러다임 전환 일환으로 양성 평등한 보육환경 조성 차원에서 저출산위가 강조했던 정책 중 하나인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급여 지원 상한액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이미 담겨 있는 지원책이었다.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차별을 없애 나가겠다는 대책 역시 2015년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명시된 내용과 문구마저 일치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정책을 보면 저출산 현상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일부 여론 주도층 목소리만 반영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이에 따른 수요·공급 간 미스매칭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정책적 실효성을 담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까지 반복됐던 저출산 예산의 중첩, 혼선, 낭비 등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전달체계를 구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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