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담배나 아이코스나 뇌에 끼치는 니코틴 영향은 차이 없어"
아이코스 같은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의 인체 유해성을 두고 담배회사와 보건당국 및 의학계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열담배도 일반 연초형 담배만큼 니코틴 중독을 일으켜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담배 회사들이 일부 담배 제품이 타 제품보다 니코틴 함량이 적은 점을 앞세워 덜 해롭다는 식의 마케팅을 하고 있으나, 의학계는 니코틴 함량이 적다고 해서 금연에 전혀 도움되지 않으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담배와 유사하게 인체에 해롭다고 일침했다.
김대진(사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서울금연지원센터 금연캠프 총괄팀장)은 26일 한국화이자제약이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내 금연치료 현황 및 금연치료 최신지견’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가열담배가 금연 치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가열담배도 연초형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을 뇌에 전달해 니코틴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담배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유해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궐련형 전자담배라고 불리는 가열담배(Heat Not Burn tobacco)는 말그대로 태우지 않고 가열해서 증기를 흡입해 피우는 담배다. 담뱃잎을 불로 연소해 연기를 발생시키는 일반 담배와 달리, 전자기기를 사용해 담배 내부나 외부에서 섭씨 250~350도의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증기를 뽑아낸다. 2017년 6월 국내 시장에 처음 판매된 이후, 담배회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흡연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히츠, 네오스틱, 핏 등 전자담배 판매량은 3억3200만갑으로 전년보다 4.2배 증가했다.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9.6%로 높아졌다.
특히 냄새가 약하고 연기가 없다는 이유로 가열담배를 택하거나 일반담배와 병행해 피우는 흡연자들이 많은데, 의학계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김 교수는 "가열담배든 일반 담배든 니코틴이 기체 형태로 사람의 뇌에 도달해 니코틴 수용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흡연자들이 금연하지 못하거나 흡연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담배 속 니코틴 탓이 크다.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이 뇌에서 도파민과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쾌감을 느끼도록 한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면 니코틴에 대한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기는 니코틴 의존성이 나타난다.
김 교수는 "간혹 흡연자들이 금연을 한다며 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로 바꾸는데 이는 도움되지 않는다"며 "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를 피울 경우, 오히려 펌핑 깊이가 깊어지고 흡연 횟수도 늘어나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흡연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중독성 뇌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흡연은 니코틴 의존을 유발하는 만성적인 담배사용장애"라며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금단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가 이날 발표한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의지와 결심만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금연치료의 도움을 받을 경우 성공률은 17~26%로 5배 이상 높아진다.
김 교수는 "금연약물 처방과 전문 상담으로 구성된 4박 5일 전문 치료형 금연 캠프를 경험한 환자들의 6개월 금연 성공률은 60%가 넘는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시행하는 국가금연사업 중 가장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세계 금연기관의 표준모델인 미국 메이요클리닉 금연 캠프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금연치료제 중 하나인 챔픽스도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부분적으로 결합해 직접적으로 니코틴 중독을 해결해 줘 금단증상과 금연 욕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기전을 갖는다. 쉽게 설명하면,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에 의해서 뇌에 도파민 10개가 생기는데, 담배를 안 피우면 도파민이 2개로 줄어 금단증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치료제를 쓰면 도파민 5개가 생겨 금단 증상에 도움을 주는 식이다.
금연을 돕는 치료약물 및 방법 중 챔픽스의 높은 효과성도 입증됐다.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 9~12주 금연유지율 비교한 글로벌 임상 연구 결과, 챔픽스를 복용한 환자 군의 금연유지율이 38%로 나타나, 다른 금연보조제인 부프로피온군(26.1%), 니코틴 패치군(26.4%), 위약군(13.7%) 중 가장 높았다. 또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도 챔픽스를 복용한 환자 군의 금연유지율은 29.2%로, 부프로피온군(19.3%), 니코틴 패치군(20.4%), 위약군(11.4%)과 비교해 가장 높은 금연유지율을 보였다. 9~24주 금연유지율에서도 챔픽스군이 가장 높았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하면 평생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80%, 2년 동안 금연에 성공했다고 하면 90%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번에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면 결국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금연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