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들 "文대통령 지지율 급락 '교육문제 탓'? NO!"
[이슈톡톡] 민주당 20대 비하발언 논란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정부 출범’에 어떤 세대보다 열광적이었던 20대 청년층(특히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 중 하나로 더불어민주당 설훈, 홍익표 의원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학창시절을 보낸 20대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으로 돌려 후폭풍이 거세다. 설 의원과 홍 의원은 20대가 보수정권 시절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민주주의 가치와 평화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신 반공교육 등의 영향으로 20대가 보수화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연 그럴까. 세계일보가 접촉한 20대 모두가 ‘노(NO)’라며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년층을 비롯해 어렵게 살고 있는 국민들이 고통을 헤아리고 해소할 책임이 막중한 집권여당 인사들의 인식이 이럴 줄 몰랐다는 비판과 함께.
◆취업난 심화 등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 무너진 게 큰 이유
문재인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청년들은 전 정권에 비해 취업 환경도 나아지고 공정한 사회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별반 다르지 않은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직장인 정모(25)씨는 27일 “주변을 보면 20대들이 취업도 잘 안 되고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여의치 않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공대에서 취업이 잘 된다고 알려진) 전기, 화학, 기계 관련 학과 졸업생들도 취업이 안 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원 진학을 택하기도 한다”고 또래들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탄핵 시위 후 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내 손으로 바꾼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를 많이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딱히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정치에도 점점 무관심해지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소식에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이모(25)씨도 “(설 의원의 말대로) 20대는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 교육받은 사람이 많은데 이 부분을 문제 삼는 건 20대의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이씨는 “20대 지지율이 낮아져서 이런 발언이 나온 거라면 그 아픔에 공감해서 20대 지지율을 다시 올려야지 교육을 잘 못 받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매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여성 직장인 이모(24)씨 역시 아무리 취업 준비에 올인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현실과 정부가 실질적이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게 문 대통령에 대한 청년들의 실망감이 극대화된 이유라고 봤다.
그는 “공공기관 채용 특혜 사건을 비롯해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봐야 이미 내정자가 있다거나 공공기관 채용 확대의 경우 단기 인턴이나 알바 신세인 게 많다. 경력 위주의 채용 시장 등으로 이게 과연 취업환경이 좋아진 건지 의심이 든다”며 “주변에서 10명 중 3명이라도 정규직이면 다행이다. 비정규직은 사람 대접도 제대로 안 해주고, 최저임금은 높아졌는데 오히려 알바 자리만 더 없어지는 등 청년들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도 없다는 박탈감이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헛발질 양산도 원인
취업준비생 박모(24)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비슷하게 민생엔 별 관심이 없고 권력 유지에만 집착한 듯한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며 “특히 당 소속 유력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정치에 도움 되지 않는 언행을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20대 직장인은 “‘교육을 제대로 못받아서 그렇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여당이 말로만 우리 세대에 공감하는 척하면서 잘못의 책임을 전 정권의 교육 탓으로 돌리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와 민주당이 청년들의 어려움 해소책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적폐청산도 제대로 못한 채 내로남불 행태를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며칠 동안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일부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며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20대가 직면한 현실에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