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신' 실제모델, 큰무당 김금화 별세…향년 88세
'철무리굿' 선보이며 세계적 명성
굿으로 서구에 한국문화 알리는 데 공헌
2005년 '금화당' 열어 후진 양성에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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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영화 ‘만신’의 실제 모델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서해안 풍어제 배연신굿과 대동굿 예능보유자인 김금화(88) 씨가 23일 오전 5시 57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1년 황해도 연백의 가난한 집안에서 둘째 딸로 태어난 김 씨는 12세 때 무병(巫病)을 앓다가 17세에 외할머니이자 만신(萬神·여자 무당)인 김천일 씨에게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됐다. 고인은 나라굿과 대동굿을 혼자 주재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아 19세에 독립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한 그는 인천과 경기도 이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1965년 서울로 활동지를 옮겼다. 1972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해 ‘해주장군굿놀이’로 개인연기상을 받으며 민속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날카로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며 어장의 풍어(豊魚)를 기원하는 ‘서해안풍어제’로 유명했다.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녹스빌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린 친선공연에서 ‘철무리굿’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인은 백두산 천지와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대동굿과 진혼굿 등을 공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김금화의 굿은 서구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녀로 자리매김한 이후에는 우리 굿의 전승을 위한 무가집을 발행하고 사도세자, 백남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진혼제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를 지냈다. 2000년 서해안풍어제보존회 이사장에 취임했고, 2005년 인천 강화도에 무속시설 ‘금화당’을 열어 후진 양성과 무속문화 전수에 힘썼다.
2014년 개봉한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은 김금화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인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가 원작이다. 당시 그녀는 “토속신앙인 굿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타파해야 할 미신이 되기도 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져 꿈만 같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고인은 팔순이 넘어서도 크고 작은 국내외 굿 행사에 참여해왔다.
빈소는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 40분, 장지는 인천 부평승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