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뜨거웠던 경기-인천… 중개업소엔 ‘급전세’ 광고판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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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뜨거웠던 경기-인천… 중개업소엔 ‘급전세’ 광고판 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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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깡통전세 경고음
‘급전세’ ‘급매매’ ‘급전세’ ‘급매매’….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은 광고판 8개 중 5개가 세입자를 급히 찾는 광고였다. 일부 중개업소는 구청 직원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로변에 급매물 광고판을 세워뒀다. 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하원으로 사람들 통행이 많은 오후 3시경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이 지역 A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애를 태우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집주인과의 소송에 대비해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세입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지난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SGI서울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보상해준 반환사고가 가장 많았다. 이 지역은 아파트촌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 가입자가 많기도 하지만, 최근 전세금이 다른 곳보다 많이 하락한 점도 반환사고가 잦은 이유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고양시 전세금은 0.77% 하락했다. 경기도 전체 평균 하락 폭(0.07%)의 10배가 넘는다.

○ 경기·인천, 입주 증가에 ‘깡통전세’ 불안

고양시 일산동구 한 아파트에 전세를 놓은 40대 주부 A 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다음 달이 계약 만기라 세입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는데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최근 2년 새 이 집 전세금은 6000만 원이나 떨어졌다. A 씨는 “세입자에게 사정하면서 기다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인중개사들은 “역전세난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며 올해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선 지난해 16만6839채에 이어 올해 13만8785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경기 지역은 작년부터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금이 떨어지고 있다”며 “집주인이 집을 팔아서라도 현금을 마련해 전세금을 돌려주려 하지만 매매마저 크게 위축돼 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도 비슷한 상황이다. 25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SGI서울보증과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상 반환사고는 인천 서구에서 52건, 인천 연수구에서 34건 발생했다. 인천 연수구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송도에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구도심 사람들이 그쪽으로 이사를 간다”며 “이 지역 전세금이 자꾸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 탓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못 돌려준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 연수구의 C부동산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규제에 막혀서 문제”라며 “인천은 조정대상지역도 아닌데, 이 지역 은행들도 정부의 규제가 시행된 뒤엔 대출을 잘 안 해준다”고 했다.

○ “전세금 반환 보험 있는 줄도 몰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전세 아파트에 사는 50대 B 씨는 이미 1년 전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국 최근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는 “보증보험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2년 전 전세계약을 할 때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이렇게 될 줄은 몰라서 알아볼 생각도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제조업 침체 지역인 경북, 경남, 전북에선 역전세난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최근 2년간 보증보험 가입건수는 각각 1.30%, 1.75%, 1.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 증가율(1.85%)에 못 미친 것이다.

전세금 수준별로는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에서 반환사고가 264건 일어났고 이어 ‘2억 원 초과∼3억 원 이하’(189건), ‘3억 원 초과∼4억 원 이하’(96건) 순이었다. 김선동 의원은 “전세보증금 부실이 지역, 주택 유형, 보증금 규모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세밀한 분석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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