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절대 자살 아냐… 남친이 ‘죽으라’ 협박” 父가 항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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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절대 자살 아냐… 남친이 ‘죽으라’ 협박” 父가 항고한 이유

보헤미안 0 1807 0 0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의 아버지가 딸의 죽음이 한 남성의 지속적인 협박 때문이라며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유족에 따르면, 가해 남성 B씨는 피해자 A씨에게 “결혼하자”고 접근해 금품을 요구했으며 거절당한 뒤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 또 유족은 “B씨가 A씨의 신상 정보를 도용해 불법적인 감시를 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자살교사 등의 혐의로 B씨를 경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B씨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유족은 지난 19일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항고이유서에는 “원처분검사는 유족 측이 제출한 각종 입증 자료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사실을 오인하였고 거듭된 수사 요청을 묵살했다”며 “B씨의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 재기수사명령을 내려달라”고 적혀있다.

A씨의 아버지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중한 내 딸이 폭행과 살해 협박으로 꽃다운 나이에 비통하게 사망했다”며 “사랑하는 내 딸을 죽인 살인마를 빨리 잡을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일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 여러분, 제발 도와주세요!! 소중한 제 딸을 살해한 살인마를 반드시 잡아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망 하루 전, 그는 가족들에게 그동안 겪었던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A씨는 “두 달 전부터 알게 된 B씨가 날 유인해 결혼을 하자며 금품을 요구했다. 거절하자 2개월 동안 매일 수 십 차례 ‘죽어라’ 등 온갖 살해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폭행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내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 내 정보를 삭제할 수도 있고 감시할 수도 있다. 통화내용을 도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 아버지는 “당시 딸이 겁에 질려있었다”며 “너무 힘들어 하기에 내일 다시 얘기하기로 했는데 그날을 못 넘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사건 말고는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자신의 힘으로 대학 과정을 마칠 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뛰어났다”고 전했다.

딸이 사망한 후 아버지는 죽음의 이유를 찾고 싶어 곧장 딸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살펴봤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정보가 삭제돼 있었다. 딸의 말처럼 B씨가 모두 삭제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됐다. 아버지는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찾아 복구를 요청했고 그 안에서 마주한 현실은 참혹했다.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했던 말은 모두 사실로 보였다. 피해자가 B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만 복구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B씨에게 얼마나 시달려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지인에게 보낸 문자에는 “무서워서 못 만나겠음” “계정이 다 털린 것 같아요. 어쩌죠? XX빼고는 다 털은 듯 해요” 같은 말이 남아있었다.

피해자가 B씨에게 보낸 문자에는 “제가 보낸 것들 좀 다 보여주세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등의 대화 내용이 복구됐다. 유족에 따르면 첫 번째 대화내용은 피해자가 B씨에게 자신의 주민등록증 등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 두 번째 대화내용은 금품요구를 거절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항고이유서에 “피해자가 보낸 1356개의 발신 문자메시지 내용만 살펴봐도 B씨가 피해자를 결혼 명목으로 유인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모든 정보를 가져가 도용한 정황 및 피해자에 대한 금품요구, 자살교사 및 살해협박을 한 정황들이 상세히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경찰, ‘단순 자살’로 예단하고 수사 안 해”

A씨의 부친은 “경찰과 검찰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9개월 동안 B씨에 대한 수사에 진척이 없었다. 결국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은 거짓말도 했다. 수사를 하지 않아놓고 ‘성의껏 했다’며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자살로 예단하고 B씨에 대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유족이 수사를 촉구했으나 무시당했다”며 “B씨에 대해 형식적인 현장조사만 이루어졌을 뿐 진술조사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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