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중국 게임에…韓 게임 보호 여부 찬반 '팽팽'
"무역은 전쟁이다. 경쟁력 강화는 내적 과제다. 우리는 시장을 개방하고 상대는 문을 걸어 잠근 비대칭적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심각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이 같은 대응이 어렵다면 비법적 규제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하겠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항의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일방적으로 중국 게임의 수입을 막는다면 전반적인 중국 수출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부적절하다. 한국 게임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포스트 차이나'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태희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통지원팀장)
중국산 게임 수입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더화이트베일에서 '늘어나는 중국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하나'를 주제로 신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에 더화이트베일에서 '늘어나는 중국게임 수입, 어떻게 봐야하나'를 주제로 신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한국 게임은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지난 2017년 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이 발생한 이후 중국 정부는 같은해 3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앱애니 등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100위권 모바일 게임 중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개수는 지난 2016년 20개에서 2017년 26개, 지난해 35개로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태희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통지원팀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잠시 중단했던 판호 발급을 재개했으나 한국 게임을 포함한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는 여전히 전무하다"며 "판호총량제 등으로 인해 판호발급이 재개됐다해도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별도의 진입 장벽이 없는 한국 시장은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국 게임사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향후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은 계속 가속화될 전망"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거부하겠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항의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 일방적으로 중국 게임의 수입을 막는다면 전체적인 무역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입 제한 등은 부적절하다. 대신 포스트 차이나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언급했다.
이승재 이엔피게임즈 대표 역시 "수입 규제 등이 크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인식을 개선해 인재를 유입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하는 등 한국 게임사들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면 중국 게임의 수입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국내 자체 경쟁력 강화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는 내적 과제로, 외부 상황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시장을 개방하고 상대는 문을 걸어 잠근 비대칭적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게임에 대한 심의 및 사후관리 등 규제를 강화하고,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비법적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중국 게임에 대한 심의 및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해 자율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학계 등에서 지적한 문제에 대해 정부 기관과 협회 등이 수용할 수 있는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 게임사들을 대상으로는 다양한 신규 지식재산권(IP)과 새로운 장르 개척형 게임 개발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대형게임사를 중심으로는 혁신 의지 등을 촉구했다.
위 학회장은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이라 불리는 리딩 컴퍼니가 혁신을 해야하지만 이들은 IP를 활용하는 데만 매몰돼있는 듯 하다"며 "IP를 활용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것만' 하는 건 나쁜 것이다. 메이저 회사가 먼저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