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콩팥도 되살렸다···신장질환 5억명에 희소식
전세계 성인 10명 중 1명(약 5억 명)이 신장(콩팥) 질환을 앓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만성신부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차의과대에 따르면 국내 만성 신장질환 환자 수는 연평균 8.7% 증가하고 있다. 환자 1인당 진료비가 높은 질병 1위이기도 하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신장 이식이지만,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신장투석만을 전문으로 하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이 그 때문이다.
망가진 콩팥 조직도 어렵지 않게 재생ㆍ회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아직 실험실 수준의 결과이지만, 연구가 더 진전되면 만성 신장 질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20일 한동근ㆍ박우람 차의과대 교수가 제프리 허블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 생체모방 생분해성 고분자 지지체를 개발해 신장(콩팥) 조직의 재생효과를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지지체’(scaffold)란 구멍이 많아 세포가 부착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을 말한다. 망가진 조직이 회복되거나, 이식된 조직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돕는 지지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지지체는 실제 콩팥조직과 어울리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산성화돼 심각한 염증을 유발해왔다.
한동근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콩팥 조직의 구조를 모방한 다공성(多孔性) 지지체를 개발해, 손상된 콩팥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전략을 세워 실험했다. 콩팥의 25%만 남은 생쥐에게 연구팀이 개발한 지지체를 이식하자, 조직 형성이 150% 증가하고 콩팥 기능이 거의 100% 회복됐다.
개발된 지지체에는 돼지의 콩팥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이 들어갔다. 세포외기질이란 세포와 세포 사이의 틈을 메워 물리적으로 조직을 지지해주고 세포가 튼튼하게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생체 고분자 집합체를 말한다. 세포외기질은 다양한 성장 인자를 포함하고, 콩팥 조직과 닮아,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돕는다. 또 사람이 복용하는 제산제에 쓰는 수산화마그네슘도 들어가 있어 낮아진 pH를 중화시키고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기능도 했다.
한 교수는 “이 연구는 조직 재생을 위한 거의 모든 생분해성 지지체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원천기술”이라며“사업화되면 의료기기와 줄기세포 치료제, 면역세포 치료제,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 등에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