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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치 그만둬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집, 도시, 건축 이야기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와 함께 들어봅니다. 방송에 전부 담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의 부동산 시장을 둘러싸고 불만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끊임없이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의 불안감만 커졌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전 통계청장)은 "규제로 일관하면 집값이 오르거나 집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건 경제 서적 가장 첫 부분에 나온다"며 "책을 조금만 읽어봤다면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유경준 국회의원(미래통합당, 전 통계청장). 영상취재=김재원.

Q. 집값 통계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온다. 경실련은 서울 아파트값이 3년간 52%, 국토부는 14% 올랐다고 말한다.

"시민단체와 정부가 활용한 통계가 달랐다. 경실련은 'KB부동산 중위가격'을 활용했고,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평균가격)'을 썼다. 중위가격은 전체 100가구라면 가격대로 순서를 정해 50번째 정도의 집값을 보는 방식이다. 정부가 활용한 주택가격동향은 1~100등 집값의 평균을 낸 거다.

평균은 함정이 있다. 중저가 주택이 더 많다 보니 평균값과 상승률이 낮게 나오게 된다.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경실련이 발표한 중위가격이 더 와닿는다. 3년간 52% 정도 올랐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 감정원 자료도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추려보면 3년간 58%가 오른 것으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추려서 말하는 건 사기에 가깝다. 왜곡이라고 본다. 체감으로나, 중위가격이나, 실거래가나 집값이 폭등한 것으로 나오는데 정부에게 유리한 통계기법을 내세워 시세를 덜 반영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지 않은 행위다.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2013~2015), 통계청장(2015~2017)을 역임했다. 5월 총선에서 21대 국회의원에 당선(서울강남구병)됐다.

Q. 서울 집값이 어떤 이유에서 치솟았다고 보나.

"저금리와 부동산 정책 실패, 두 가지가 모두 작용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경제의 기본원리에 둔감한 것 같다. 주택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그런 부분에 둔감한 것 같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1~3차 추경을 집행했고 시중에 60조원이 더 풀렸다. 그야말로 유동성 과잉, 부동산에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정책 실패도 한몫했다. 정부는 규제책만 내세웠다. 경제 서적에서는 '공급을 늘리지 않고 규제만 하면 집값이 뛰거나 집의 품질이 하락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경제 원리가 정확히 작동 중이다. 집값을 잡고 싶다면 좋은 입지에 질 좋은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했다. 규제로만 일관하면 값이 뛸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경제 원리를 조금만 안다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결과다. 이미 노무현 정권 당시에 겪은 일이다. 현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부는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Q. 부동산 정책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세금 부분이다. 정부는 보유세(종부세·재산제)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헌법 59조에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조세법률주의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공정거래가액, 세율로 결정된다. 국토부는 세율은 올리기 어려우니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려서 보유세를 올린다.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도 세율 변동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걸 국토부 장관이 마음대로 올린다. 조세법률주의 위반,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또 정부는 주택 가격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 헌법 11조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마지막으로 6·17 부동산 대책에서 대출 규제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3조 2항을 위반한 거다. 넓게는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조항들이 부동산 정책에서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률에 근거해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유경준의원실.

Q. 6·17 대책에 '재건축 2년 실거주' 내용이 담겼다. 지역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세입자가 날벼락을 맞게 됐다.

"6·17 대책에서 갑자기 '재건축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을 넣었다. 은마아파트 같은 경우는 전체의 80% 정도가 세입자다. 은마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싸다. 교육 때문에 세입자로 사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그런데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 때문에 쫓겨나게 됐다. 분명히 잘못된 정책이다. 세입자 보호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정부가 최소한, 이 정도는 수정해서 보완책을 내놓을 거라고 본다."

Q. 최근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종부세부터 짚어보자.

"종부세 부과기준부터 손봐야 한다. 지금은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부터, 2주택자는 6억원부터 종부세를 내도록 돼 있다. 이 기준은 지난 2008년, 12년 전에 만들어진 거다. 지금은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한다. 조세 부담이 심하다. 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부터, 2주택 이상은 9억원으로 부과기준을 올려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손봐야 한다. 정부가 계속 왔다 갔다 한다. 80% 했다가, 70% 했다가, 75% 했다가 하는 식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세율의 역할을 한다. 헌법 59조 조세법률주의에 따라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 일단 70%로 제시했다. 이걸 바꾸려면 법률에 근거해서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처럼 국토부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방식은 안된다."

Q. 집을 수십 채 갖고 있는 게 정상적이진 않다. 다주택자가 집을 내놔야 하는 데 양도세 중과가 걸림돌이다.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겨있다. 다주택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정부가 다주택자보고 집을 팔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양도세를 중과하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집을 못 파는 상황에서 보유세가 올라간다면 세금이 높아진 부분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양도세 중과를 풀어줘서 어느 정도 퇴로가 열려있어야 다주택 매물도 나오고 정책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유 의원은 부동산세 관련 개정안을 3건 발의했다. ①공시가격 상승률(전년 대비 5% 미만)과 공정시장가액비율(70%)을 법률에 명시 ②종부세 부과기준 상향(1주택자 12억원) ③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다.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 영상취재=김재원.

Q. 종부세 부과 기준을 높이는 것, 양도세 중과를 풀자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다. 공격적이다.

"공격적이 아니라 수비적이다. 정부가 너무 공격적으로 정책을 짰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오기로 가득 찬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수년 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나? 그렇지 않다.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징벌적 과세는 정답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제는 부동산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많이 풀린 유동성까지 고려해서 합당한 부동산 정책을 꾸려야 할 시기라고 본다."

Q. 야권 의원으로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땅이 부족해서 어렵다면 묶어놓은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야 한다. 최근 10년간 서울, 특히 강남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이 멈춰 섰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것이 싫다는 게 이유였다. 집 지을 땅이 부족하다면 있는 효율을 증대시켜야 한다. 종상향을 통해서 건축물의 스카이라인을 올려줘야 한다. 또 건폐율과 용적률을 높여서 같은 땅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께서도 공급 확대를 언급하셨다. 하지만 시차가 있다. 지금 공급계획을 세워도 입주까지 시일이 걸린다. 적어도 3년은 걸리게 되니까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계획을 세우고 여기까지 왔어야 하는 거다. 그래도 대통령께서 그런(공급확대) 말씀을 하셨으니, 풀 수 있는 규제는 풀고 주택을 공급할 방안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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