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경유값’…정부, 유가보조금 추가 지급 검토
정부가 화물차 등 경유 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업자들에게 유가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하면서 생계형 사업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운송사업자 경유 가격 부담 완화 방안을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 화물차와 버스ㆍ택시ㆍ연안화물선 등 운수사업자들은 2001년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라 유류세 인상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해 주는 ‘유류세 연동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유류세가 내려가면 이들이 받는 보조금도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이다.
유류세 연동 보조금은 현재의 유류세율에서 2001년 6월 당시 유류세율(L당 약 183원)을 뺀 만큼을 지원하는 제도다. 따라서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보조금이 L당 106원 줄고,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면 보조금은 L당 159원 더 감소한다.
여기에 경유 가격의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경유 가격은 L당 58원의 추가 할인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15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되려 4월말 대비 L당 44원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에 따라 보조금은 즉각 깎이지만 실제로 주유소에서 접하는 유가는 반대로 올라가니, 유류세 연동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 입장에선 유류세 인하 이후 돈이 더 나간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류세 인하 30%가 적용되는 5월부터 7월까지 기존 유가보조금 수급 대상인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유류세 연동 보조금 감소분 중 일부를 메워 주는 것이다.
현재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은 경유 가격이 L당 1850원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기준가격 대비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경유 가격이 1950원이라면 L당 50원을 지급하는 것인데, 경유 차량 사업자들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25t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김모(49) 씨는 "한 달 사용하는 기름양이 3000~4000 L 가량 되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기름값이 200만∼300만 원 정도 더 들어간다"라며 "화물차 주차장에 가보면 오랜 기간 차를 세워둔 기사들도 많고, 유류 소비가 많은 장거리 운행은 안 하겠다는 기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운송사와의 관계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을(乙)'이다 보니 적자가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인 L당 1850원을 낮추거나 지원율을 기존 50%에서 상향 조정하는 등 방식을 쓰면 보조금 지원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 쉽게 말해 화물차 등 운송사업자들이 경유를 살 때 더 많은 보조금을 줘 부담을 줄인다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급등해 화물 차량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굉장히 어렵다”며 “화물 자동차를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해서 부담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조만간 경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까지 운영하는 한시적 경유 유가변동보조금 제도를 개편해 궁극적으로 보조금 지급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다만 재정에 한계가 있고, 다른 운송수단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조율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오피넷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965원을 기록하며 12일 이후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현상이 벌어지는 데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석유제품 수급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경유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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