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인영 첫 상견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가진 첫 회동에서 밝게 웃고 있다.

“그동안 형님(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모시고 협상을 했는데, 동생이 나타났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비공식적으로 언제든 서로 전화하고 (만나자). 저는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겠다.”(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9일 오후 국회에서 이뤄진 첫 회동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주고받았다. 두 원내대표는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각 당의 입장을 언급하며 탐색전을 가졌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교체가 꽉 막힌 여야 관계를 풀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이 원내대표의 예방을 맞아 “제가 함부로 이야기하면 당선에 유불리가 생길까봐 말씀 안 드렸는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였던) 세 분 중에 (이 원내대표가) 가장 가깝다”며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국민을 바라보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의 취임 인터뷰를 보며 우리가 같이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을 확대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 원내대표도 “국회가 너무 심각한 갈등을 빚은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의 원내대표가 된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모른다”며 “나 원내대표를 모시고 국회 임기 마지막을 보낼 수 있게 돼 굉장히 기쁘다. 경청의 협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에게는 선거제 등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로 나간 한국당을 국회로 불러들이고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나 원내대표와 편하게 환담만 할 수는 없는 처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이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와 함께 당부를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맡아서 부담이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격려 말씀과 함께 (대통령의) ‘플러스 알파’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민주당 마지막 원내사령탑은 이 원내대표가 지도자로서 정치적 리더십을 평가받게 될 첫 시험무대다. 이 원내대표는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의 대표주자로서 확고한 진보주의적 노선을 견지하며 지지 받았지만 대변인,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같은 주요 당직을 맡으며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른 적은 없었다. 야당과 민생을 함께 챙기면서도 총선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환담 도중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운동권의 강성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말 잘 듣겠다. 다 바꾸겠다.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오늘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서 죄송하다”면서도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자”고 제안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에 “지금의 어려워진 상황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잘 아실 것”이라며 “한꺼번에 다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를 찾아가 각각 선거제 개편안 처리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해 힘쓸 것으로 약속하며 환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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