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보행 속도 빠른 사람 노화 느려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빠르게 걷는 사람이 느리게 걷는 사람보다 생물학적으로 16년 더 젊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정해진 시간에 걷는 걸음을 늘리는 것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팀은 영국인 40만5981명의 유전자에서 수명 관련 부위인 텔로미어의 길이와 그들의 보행속도, 신체활동량와의 연관성을 분석해 보행속도가 정상이거나 빠른 사람의 텔로미어가 느린 사람의 것보다 더 길다는 결과를 얻어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20일자에 발표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있는 DNA 염기서열을 일컫는다. 염색체가 복제될 때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중간 부분 대신 끝부분의 텔로미어가 손상되며 DNA를 보호한다. 이 때문에 텔로미어가 길면 세포 손상이 덜하고, 이에 따라 수명도 길다.

레스터대 연구팀은 텔로미어 길이와 신체 활동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자 영국 바이오뱅크로부터 평균 나이 56.5세인 영국인 40만5981명의 유전자와 신체 활동 관련 데이터를 얻었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2006년 시작된 프로젝트로, 암, 심장병 등 주요질환 연구를 위해 약 50만명(40~69세)의 유전자 등 데이터를 저장하고 현재까지 추적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들의 유전자 데이터와 함께 그들이 프로젝트 참여 당시 응답한 보행속도와 신체 활동량, 식이, 기저질환 등의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행속도는 시속 약 4.8㎞ 미만일 때 느린 보행, 시속 약 6.4㎞ 이상일 때 빠른 보행, 그 사이를 정상 보행으로 분류했다. 신체 활동량은 바이오뱅크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2013~2015년에 가속도계를 직접 손목에 차고 측정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신체활동량과 무관하게 보행속도가 빠르거나 정상인 사람이 느린 사람보다 텔로미의 길이가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행속도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가 16년까지 차이가 난다고 결론냈다.

패디 뎀프시 영국 레스터대 종합병원 당뇨병연구센터 방문연구원은 “이 연구결과는 느린 보행속도가 만성질환이나 건강하지 못한 노화의 위험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며 “전체 보행량을 늘리는 것 외에도 주어진 시간 안에 걷는 걸음을 늘리는 것도 노화 방지를 위한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터대 연구팀은 이전에도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이용해 하루에 10분씩 빠르게 걷는 게 기대 수명을 연장한다거나 빠르게 걷는 사람이 느리게 걷는 사람보다 최대 20년 더 긴 기대 수명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내기도 했다. 토마스 예이츠 영국 레스터대 종합병원 당뇨병연구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보행속도와 텔로미어 길이 간의 인과관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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