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7)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가 19일 오후 줌(zoom)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그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처음 쓴 책 ‘멈출 수 없는 우리’(주니어김영사)의 국내 출간이 계기. 하라리는 “AI를 비롯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책을 썼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야기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해 온 힘의 원천이며, 지금까진 인간만이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AI가 글, 비디오 등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며 “인간이 전쟁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믿게 했는데, AI도 그런다면 어떨까”라고 했다.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과 대답이 이날 오갔다. 책 ‘멈출 수 없는 우리’는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종교, 국가 같은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며 지구를 지배하게 된 역사를 되짚는다. 총 4부작으로, 매년 1권씩 출간될 계획이다. 책 제목의 의미가 깊다. “지구에서 우리를 멈출 수 있는 존재는 없다”면서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멈출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환경을 비롯해 지금 인류는 역사상 최대의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간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를 이뤄내 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가진 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힘은 두 가지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를 믿음으로써 수많은 이가 협력하는 것. 종교, 국가, 돈, 사랑을 비롯한 이야기들은 과거의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를 통해 그 이야기가 탄생한 과정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의 감정이나 느낌 같은 간단한 것도 사실은 다 역사에서 왔다”며 “어른이 되어 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어린 독자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19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유발 하라리의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뉴스1

하라리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만든 것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고 했다. “우리가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결할 힘이 있다. 다만 기후변화나 AI 문제는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해도 각각의 국가의 힘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전 세계적 차원에서 함께 협력해야만 한다.” 전 세계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야기’다. “저는 이스라엘 사람이고 여러분은 한국 사람이다. 각자 국적이 다르지만 그 밑바닥에는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의 이야기가 있다”며 “호모 사피엔스의 보편적인 역사를 나눔으로써 공통의 위협 앞에서 뭉치고, 이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하라리는 최근 NYT 기고문 등에서 “언어를 습득한 AI는 인류 문명 전반을 해킹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얻은 셈” 이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날 그는 “AI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만, 그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의 AI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친밀감을 준다. 특히 아이들이 AI와 친밀한 관계를 맺을 때를 조심해야 한다. 다른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이제 인간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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