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심리] 30년도 넘은 ‘MBTI’ 열풍… ‘맹점’ 있다
‘나’에 대한 관심 때문 인기 지속
불안 높고 자존감 낮을수록 의존
‘자기보고식 검사’ 맹점… 과몰입 경계를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나 ‘극 J(극도로 J)’야.” 묻지도 않은 MBTI를 말하는 목소리에 자부심 비슷한 감정이 묻어났다. 설명대로면 MBTI는 하나의 ‘성격 유형’일 뿐인데, 누군가는 자부심을 느끼고 반대로 누군가는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혹자는 MBTI를 자신의 실제 성격이 아닌 ‘남에게 비춰지고 싶은 모습’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우리는 MBTI에 얼마나 진심이고, MBTI는 ‘나’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을까.
MBTI가 생소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MBTI란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만든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M’과 ‘B’는 각각 ‘Myer’와 ‘Briggs’의 이니셜 앞 글자며, ‘TI’는 ‘Type Indicator(유형 지표)’를 뜻한다.
융의 심리 유형론에서 인간의 심리를 태도와 기능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듯, MBTI 역시 ‘태도 지표’와 ‘기능 지표’를 통해 개인의 성격 유형을 나눈다.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E·I(외향성·내향성)’와 판단기능을 보여주는 ‘F·J(판단·인식)’는 태도 지표에 들어가며, 인식 기능과 생활양식을 뜻하는 ‘S·N(감각·직관)’과 ‘T·F(사고·감정)’는 기능 지표로 구분된다. 피검사자가 MBTI 검사를 통해 각 문항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밝히면, 4가지 지표를 조합해 피검사자를 16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렇게 흔히 MBTI라고 말하는 알파벳 4글자가 부여된다.
MBTI가 고안된 것은 수십년도 더 된 일이다. 국내 도입 시기 역시 1990년대 초반으로 30년이 넘었다. 오래된 검사가 여태 높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심리테스트들이 왜 매번 유행하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 한다. MBTI의 유행 역시 자신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인간은 늘 자아정체감을 찾고 평생 동안 ‘나’의 실체를 확립하려 한다”며 “불안감이 높거나 자신에 대한 확신·자존감이 낮을수록 검사를 통해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심리와 함께 주변 사람은 물론, 유명 연예인, 정치인 등도 MBTI 열풍에 합류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유형이나 무리에 자신을 포함시키려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MBTI로 자신을 유형화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MBTI는 애매모호하지 않고 확실하게 자신의 성격 유형을 규정함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며 “성격 유형을 약간씩 세분화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고 말했다.
최근 MBTI에 대한 관심은 단순 유행 수준이 아니다. MBTI가 한 사람을 나타내는 척도처럼 여겨지고, 친구·연인, 심지어 가족까지 MBTI를 통해 나와의 상성(相性, 성질이 서로 맞음)을 평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기업 채용 과정에서 MBTI를 묻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MBTI에는 맹신해선 안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피검사자가 자신의 성향을 직접 평가하는 ‘자기보고식 검사’라는 점이다. 오로지 피검사자의 솔직함에 기대 검사가 진행되고 성격 유형이 판별된다. 또한 전문적인 심리 검사와 달리 문항 속에 피검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을 숨기고 있는지 평가하는 ‘거짓말 척도’와 ‘방어 척도’ 항목도 들어가 있지 않다. MBTI의 정확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MBTI를 실제 자신의 성격이 아닌 ‘남에게 보여지고 싶은 성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곽금주 교수는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다보니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며 사회적 바람직성을 고려해 대답하고, 정답이 없는 평가임에도 정답을 고르려 한다”며 “자기보고식 검사의 문제점으로, 자신을 과대하게 해석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실제 선호와 다르게 대답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홍나래 교수 또한 “피검사자의 대답만으로 평가한다면 실제 성격과 다른, 피검사자가 원하는 성격유형이 나올 수 있다”며 “병원에서 전문적인 심리 검사를 해보면 검사결과를 통해 피검사자가 보여지고 싶은 성격과 실제 성격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MBTI는 분명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한 번쯤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과몰입’이다. 전문가들의 말 대로면 MBTI 검사는 ‘좀 더 정확한 심리테스트’ 정도임에도 최근 들어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MBTI 검사는 대부분 정식 검사가 아닌 일부 문항만으로 진행되는 검사지만, 마치 이를 전문 검사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볼 수 있다. 홍 교수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세부적인 차이는 보지 않고 검사 결과만으로 사람을 규정짓고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확실하지 않은 도구를 통해 너무나 간단하게 누군가를 평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MBTI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일관적이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곽금주 교수는 “MBTI 검사 자체는 틀린 검사도 나쁜 검사도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검사결과를 갖고 중요한 진단·결정을 내릴 때 활용할 수 있는 검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리 검사는 잘 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검사 후 부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고 고 개선한다면 약이 되고, 잘못 규정해버리면 독이 되는 것”이라며 “검사를 신봉하지 말고 재미삼아 해보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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