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바뀐 성 행동
[사진=게티이미지뱅크]2000년 3월 23일.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는 시점, 워싱턴 타임즈는 다음과 같은 타이틀을 실었다. "코로나 발 성적 친밀감으로 베이비 붐? 아님 이혼 쓰나미?"
코로나가 호흡기 비말과 신체적 접촉을 통해 쉽게 전염된다는 점에서 성관계도 상당한 전염의 위험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격리나 봉쇄는 성욕구와 감염의 공포 속에서 커플간 프라이버시 감소, 새로운 갈등 유발,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다양한 성 태도와 성행동의 변화를 유발했다. 말하자면, 코로나 격리 상황에서 동거 커플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낮, 밤에 관계없이 더 자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그 결과, 스노우스톰 섹스(Snowstorm sex)나 허리케인 베이비붐처럼 2세 계획 여부와 무관하게 9개월 이후에 '코로나 베이비 붐'으로 이어질 것인가라는 의문이 배경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미국의 한 여성은 부부가 함께 재택 근무를 하게 된 이후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침에 편안하게 평일 성관계의 즐거움을 깨달았다고 했다. 코로나가 아니라면 평일 밤이라도 언감생심 꿈꾸기도 어려웠고, 어쩌다가라도 반쯤만 기억되는 성관계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의 한 여성은 재택근무로 커플이 같이 홈트를 하게 되었는데, 홈트 후 땀냄새, 샤 워실에서의 상대 실루엣은 격한 스킨쉽을 나누기에 완벽한 조건이었다라고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로서, 터키에서 가임기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6~12개월 전과 비교하여 여성의 성적 흥분, 오르가즘, 성적 만족도 등은 모두 감소하였지만, 성욕구는 유의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 성욕의 증가에 힘입어 성교 빈도는 주당 평균 1.9회에서 2.4회로 현저하게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독일, 미국 등 다른 연구에서는 유의하지는 않아도 모두 성욕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성관계 빈도도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또, 터키의 연구에서는 성관계 횟수는 늘어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의 비율은 32.7%에서 5.1%로 추락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결론적으로 베이비붐은 없었다.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10%, 21년은 19년 대비 -13.9%로 오히려 출산 건수가 감소하였다.
한편으로, 열악한 관계의 커플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심리적 스트레스, 기존 갈등의 악화, 분노, 우울증 등 성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커플 관계가 악화하게 되고 심하면 성적 일탈이 조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이혼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었다. 미국의 한 30대 여성은 코로나 베이비붐이라는 단어에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남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강제 휴업을 당해 극심한 생계 스트레스로 성욕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이혼 쓰나미도 없었다. 2020년에는 2019년 대비 이혼 건수가 -3.9%, 21년은 19년 대비 -7.9% 감소하였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싱글에게 안타까운 시간이 도래했다'거나 '리비도의 휴식'이라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르는 사람과의 캐주얼 섹스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는 성관계로 인한 전염 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소그룹으로 모여 함께 자가 격리에 들어간 다음 집단 내에서만 성관계를 하는 편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파트너 섹스이면서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담보 받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하는 섹스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현저히 증가하였다. 사이버 섹스, 가상 섹스, 전자 섹스, 웹캠 섹스, 폰 섹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국제여성성건강연구학회(ISSWSH)는 "COVID-19의 위험도를 고려할 때 위험한 캐주얼 섹스보다는 e-sex가 안전하다"고 권했다. 심지어 뉴욕시 보건 당국도 2020.3월 "비디오 데이트, 섹스팅 또는 대화방이 당신을 위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안전한 성관계 요령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나홀로 섹스도 감염을 피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빈도가 증가했다. 대면 섹스가 부담스럽고 파트너 섹스의 부족으로 성적 긴장이 높아졌다면 선택하기 쉬운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택이나 봉쇄로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사람들은 자위할 시간과 기회도 더 많아졌다. 더욱이 뉴욕시 보건국도 나홀로 섹스의 정당성을 강조했으니 말이다. "당신 자신이 가장 안전한 섹스 파트너입니다. 자위 행위는 COVID-19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특히 성관계 전후에 비누와 물로 손(및 섹스 토이)을 20초 이상 씻는다면 더 안전합니다."
사람들은 온라인 포르노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특히 포르노 공급 플랫폼인 Pornhub.com은 격리된 이탈리아인에게 한 달 동안 자사의 프리미엄 액세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했다. 그 이후 언론은 음란물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앞 다투어 보도했다. 이것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포르노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어, 비록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포르노의 소비는 증가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 음란물(코로나 상황을 빗대어 제작한 음란물)이 음란물의 새로운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우한시를 배경으로 한다던지, 등장 인물이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나 의사인 설정을 말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2021년 초 연세대에서 서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성행동 연구를 보면, 섹스리스인 남녀가 평균 36%였다고 보고하였다. 일반적인 문헌 상 국내 섹스리스의 비율이 약 10%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아진 비율이다. 특히 19~29세 젊은 남녀의 섹스리스 비율이 각각 39%, 43%이어서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더 높았다. 그만큼 캐주얼 섹스가 감소했다는 뜻이었다. 그 중 5명 중 1명은 성욕구는 있었으나 시간적, 경제적, 건강 상 이유로 성상대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섹스리스라고 하였다.
미국 킨제이 연구소에서 시행한 연구도 코로나로 대면의 부담을 느끼면서, 쉽게 만나고 쉽게 스킨십하는 트렌드가 조금씩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채팅방을 이용하는 여성의 70%에서 쉽게 성적 접촉을 하지 않고 스킨십 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겠다고 답하였고, 상대와 나의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 후 스킨십을 한다는 응답자가 50%에 육박했다. 또 51%에서 성관계에 콘돔을 이용한다고 하여 순간의 쾌락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건강을 고려하는 패턴이 최근의 변화라고 하였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섹스 자체에 대한 흥미를 소실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과거와 달리 캐주얼 섹스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사람들이 비접촉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버 접촉 플랫폼인 메타버스에 예상보다 빨리 적응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성에 있어서도 테크놀로지 매개 성행위와 음란물, 섹스 토이를 이용한 자위 행위가 증가하고, 학회나 보건당국에서 공식 권고가 되었다는 것도 코로나 공황 상태를 장기간 겪은 후의 새로운 성관계 문화로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성관계의 기본은 성적 긴장 해소와 친밀감의 공유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낌으로서 리스크 제거를 위해 감정 공유도 미루는 추세가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한다. 2022년 후반에도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빅데이터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가속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성 행동에 새로운 성 윤리가 형성될 수도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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