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퇴임 후 은둔생활은 아냐…보통시민으로 살 것”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했는데, 은둔 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보통 시민으로 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직 국무위원과 대통령 자문기구 및 대통령 소속 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 전직 장관급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퇴임 후 계획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 사저) 가까이에 있는 통도사에 가고, 영남 알프스 등산을 하며, 텃밭을 가꾸고, 개·고양이·닭을 키우며 살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오며 가며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 팔로워 200만 돌파를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이제 퇴임하면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 이야기로 새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에는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을 종합해 볼 때 문 대통령은 퇴임 후 현실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삶을 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특히 의지를 보인 한반도 평화, 탄소중립 등 이슈에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내외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퇴임 후 대북 특사 요청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오찬 참석자들에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며 “우리 정부 기간 내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위기, 일본의 수출규제 위기, 코로나19 위기,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물가 위기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위기를 잘 극복해왔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고 도약해 드디어 선도국가라는 평가를 객관적으로 받게 됐다”며 “모두 여러분이 한몸처럼 헌신해 준 덕분”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외교에 주력했다”며 “외국 정상들과 만나거나 통화할 때 대한민국이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며 “국민들이 나서 평화적인 촛불집회, 국회의 탄핵소추, 헌재의 탄핵 인용을 통해 합법적인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주의를 되살렸다는 면에서 극찬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방역·경제·문화에서도 외국 정상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민들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20년에는 주요국가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는 선방했다”며 “2021년 경제성장률은 주요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BTS와 블랙핑크의 K팝,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K문화와 같은 현대 대중문화뿐 아니라 유럽이 오랜 전통을 가진 클래식 음악과 발레 등에서도 우리가 두각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성취는 앞으로 계승·발전시키고, 미완의 과제는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어느 정부든 축적 위에 출발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우리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 후 원내 1당인 야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을 섬기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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