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판 흔드는 나경원, 김기현 러브콜에 "고민해보겠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집을 찾아 연대를 제안했다. 나 전 대표는 '총선승리', '당원으로서의 역할' 등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3·8 전당대회가 '김기현·안철수' 양강구도로 흘러가는 가운데, 나 전 대표가 어떤 후보에게 힘을 싣느냐에 따라 전대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오전 김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저녁에 나경원 대표님을 집으로 찾아뵈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말씀을 드렸다"고 나 전 대표에게 연대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이에 대해 나 대표님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영원한 당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관해 숙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두 사람의 '동지애'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 둘은 지난 20년 세월 동안 당(黨)을 같이 하면서 보수우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동지였기에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나 대표님의 뜨거운 애국심과 애당심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 대표님과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나 전 대표는 김 후보 연대 제안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대표측은 데일리안에 "어젯밤(3일) 김기현 의원이 나 전 대표 자택으로 찾아와 오후 10시부터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 전 대표는 김 의원 연대 제안에 '고민해보겠다'고 말했으며, 성공적인 전당대회와 총선승리를 위해 당원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강서병 당협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과 만남에 대해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 전 대표가) 동의를 했다"며 "내용도 사전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대 관련 질문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만 하겠다. (나 전 대표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김기현 의원이 올해 신정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앞서 나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 '당심 1위'를 기반으로 3·8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했다. 그러나 당내 친윤 의원들 불출마 압박 속에서 '초선 의원 연판장', '대통령실 갈등' 등 일련의 사태에 결국 출마를 접었다.
이후 3·8 전당대회는 '나경원 동정론' 속 김 후보 상승세가 멈추고, 안철수 후보가 역전하는 형국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대표가 두 후보 중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다시 전당대회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김 후보가 나 전 대표를 찾아 연대를 제안한 것을 두고 경쟁주자들은 앞다퉈 비판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나 전 의원과 약속은 하고 갔는지 궁금하다" "지금 나 전 의원에게 중요한 건 몸과 마음을 먼저 추스르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당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 "김기현 후보는 학폭 가해자의 행태를 멈추라"며 "나 전 대표를 학폭 피해자로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학급 분위기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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