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푸틴 지지율 83% 급등, 과연 얼마나 오래 갈까?
결집효과·경제제재 반감으로 상승…세대간 온도차·제재 장기화 등 균열 가능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을 비롯해 거의 전 세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지만 러시아내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사회적 위기로 인해 현직 지도자에 대한 단기간의 지지가 상승하는 결집 효과에 더해 경제 제재가 불러온 고통이 서방에 대한 반감만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3월 말 조사를 보면 3월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3%로 2월(71%)에 비해 12%포인트(p)나 뛰었다. 푸틴 지지율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60%대에 머물렀고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2020년 5월에는 5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지율 상승은 일견 예견된 결과였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직전까지 60%대에 머물던 푸틴 지지율이 침공 뒤 단숨에 80%대로 뛰어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군사를 배치하는 등 침공을 예비 했을 때 푸틴이 지지율 반전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가 위기 시 기존 지도자에게 힘을 모아주는 현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선을 앞둔 프랑스의 경우 전쟁 당사국이 아님에도 확전에 대한 공포감이 대두되며 3월 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을 정도다. 전쟁이 아니라도 전지구적 위기를 초래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등 감염의 불길이 거셌음에도 유럽 각 국의 지도자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푸틴을 비판해 온 서방 세계에서는 이번 지지율 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러시아가 해외 활동 국가 기관에 대해 명백한 허위 정보를 유포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고 전쟁 반대 시위자들을 구금하는 상황에서 푸틴 반대 의견이 여론 조사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 부르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칭하고 있다.
설사 설문 조사에 러시아인들의 진실된 의향이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당국이 강하게 정보를 통제하는 가운데 러시아인들이 국영매체로부터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달 자국 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접속을 차단했고 최근 유튜브가 '허위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보 편향 탓"…러시아인에게 무작위로 전화 거는 시민단체 출범하기도
러시아인이 편향된 정보만 접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러시아인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한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단체 콜러시아(러시아로 전화 걸기·CALL RUSSIA)가 지난달 8일 출범하기도 했다. 단체의 공동설립자 파울리누스 세누타는 <CNN>에 "이 (전쟁)에 대한 (러시아 내에서의) 지지가 많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이 전쟁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 백, 수 천의 사람들이 죽고, 폭탄이 투하되고, 어린이가 죽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출시 일주일 만에 수 천 명의 자원봉사자가 8만4000건의 전화를 걸었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사실상 2000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푸틴이 재선에 성공할 때마다, 그리고 지지율이 높아질 때마다 서구 언론과 연구자들은 권위주의적 통제 국가로 보이는 러시아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푸틴의 지지율이 89%까지 치솟았던 2015년에 <워싱턴포스트>(WP)는 유라시아의 안보과 연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인 포나스 유라시아(PONARS Eurasia)의 연구를 인용해 여러 설문조사 기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푸틴에 대한 지지가 대부분 진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서구에 대한 반감만 키울 뿐 푸틴 권력에 흠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구에서는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편으로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과 정부에 반대하기를 바라지만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줄리아 크흐레브탄-회르하거 콜로다도대 국제관계및 문화비평 교수와 에브게니야 프야토브스카야 사우스플로리다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생은 학술 전문지 <컨버세이션>에 "모든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러시아인들이 제재로 인해 고통 받는다. 이는 그들을 화나게 하고 반격하고 싶게 할 것이다"라고 기고했다. 이들은 1990년 소련 해체 이후의 궁핍했던 러시아 경제와 늘 규제 속에 살았던 러시아인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 제재와 자유의 박탈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서구인들의 생각만큼 정부에 대한 큰 불만을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 봤다.
다만 젊은 세대일수록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등 러시아 내부 여론에 균열이 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8일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독립 조사회사의 연구를 인용해 러시아인의 59%가 전쟁을 지지하는 가운데 18~24살 연령대에서는 29%만이 전쟁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39%는 오히려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66살 이상 연령대에서는 전쟁 지지율이 75%에 달했다. 러시아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미냐일로가 전문과들과 함께 3월10~13일에 걸쳐 1811명을 전화로 조사한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원합니까' 조사에서도 18-29살 러시아인의 전쟁 반대 비율(40%)이 66살 이상(11%)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간극이 정보를 얻는 주된 매체가 국영 매체인지, 소셜미디어 등인지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전쟁 장기화되면 오히려 지지율 떨어질 수도
장기적으로 보면 전쟁을 통한 지지율 상승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아 버클리 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 정치학 부교수는 "푸틴의 인기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실제에 기반한 것이라도 반전 감정이 러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커지고 대중의 반대가 잔혹한 억압에 직면할 경우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경제 제재가 장기적으로 볼 땐 지지율 하락 요인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리크 부라코브스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러시아와 유라시아프로그램 부국장은 "제재가 러시아인들이 자금 사정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경제 침체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푸틴 지지율을 갉아 먹을 것"이라고 같은 매체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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