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유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글로벌 콘텐츠 공룡'이 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두 기관이 각각 6000억원씩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이번 투자 유치는 스토리·미디어·뮤직을 아우르는 IP(지식재산권) 밸류체인과 성장 저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만여 개의 웹툰·웹소설 오리지널 스토리 IP, 7만여 곡의 음원 라이브러리, 아이돌·보컬리스트·배우 등의 아티스트는 물론 음악과 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 플랫폼 네트워크에 기반한 글로벌 유통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거버넌스총괄 수석부사장은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임에도 유수의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엔터 전 분야를 아우르는 차별화된 IP 밸류체인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증명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최근 K-웹툰과 웹소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이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는 콘텐츠 중에서도 웹툰·웹소설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에서 공격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북미와 아세안, 중화권 등에 진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IP 영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북미에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3개 플랫폼을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세우기도 했다. 10만여 명의 현지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동시에 '노블코믹스', '삼다무(3시간마다 무료)' 등 글로벌 사업 성공 노하우를 토대로 시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스토리 부문에서 한국 최대 규모인 1만여개 오리지널 IP를 보유하고 있다"며 "아직 해외에 공개되지 않은 국내 인기 IP도 체계적이고 신속한 현지화 과정을 거쳐 글로벌 지역에 내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뮤직 부문에서도 성장을 가속화한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을 강화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사내맞선', '헌트', '수리남' 등 15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도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 넷플릭스 영화 '승부' 등을 공개한다. 뮤직 부문은 플랫폼 멜론을 중심으로 영향력과 유통 경쟁력을 키운다. 아울러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활동을 지원해 K-팝 사업을 확장한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현재 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의 일환으로 보기도 하는데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경우 우회상장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계열사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IPO(기업공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판 디즈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의 기업가치는 1650억 달러(약 214조원), 넷플릭스는 1300억 달러(약 169조원)에 달한다.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K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수출을 견인한다는 정부의 K컬처 성장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츠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투자 유치에 정부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 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 따른 외교적 성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K콘텐츠를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투자를 콘텐츠 산업 도약의 계기로 평가하며 제2, 제3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례가 나오도록 해외투자 유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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