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른 사건 조사 중 남편에 발설…부부 사이 악화
아내 "사생활·비밀자유 침해"…경찰 "사건 확인 차원"
인권위 "다른 방법 충분히 있어"…주의 조치·직무교육 권고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데일리안 = 김효숙 기자] 경찰관이 조사를 받던 남편에게 '부인이 성폭력 피해로 고소한 사건이 다른 경찰서에 있다" 말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진정인 A씨와 그 남편은 지난해 3월 A씨의 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B씨는 A씨의 남편을 조사하던 중 '부인이 성폭력 피해로 다른 경찰서에 고소한 건이 있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아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이를 모르던 남편은 B 경찰관의 말을 듣고 A씨에게 고소 사건을 추궁했고, 이를 계기로 A씨 부부 사이는 크게 틀어졌다.
A씨는 B 경찰관이 성폭력 고소 사건 관련 조사 일정을 말함으로써 남편이 관련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 경찰관은 A씨가 다른 경찰서에서 진행 중이던 고소 사건과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이 동일한 사건인지 판단하려고 물었던 것이며, A씨의 고소 사건이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것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여러 차례 출석을 기피하던 상황에서 경찰서로 나온 남편에게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의 고소사실을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도 확인할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며 B 경찰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B 경찰관은 남편에게 문의하지 않고
KICS 시스템에서 스스로 사건을 검색하거나 해당 경찰서 수사 담당에게 전화해 관련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출석 요구한 건 두 차례에 불과하고 A씨와 여러 차례 문자를 주고받는 등 상호 직접적 연락이 가능했던 점을 보면, 두 사건의 동일 여부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삼자인 남편에게 문의해야 할 만큼의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남편이 해당 사건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을 기점으로 사건의 세부 내용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남편에게 성폭력 관련 범죄 피해를 숨기고 싶어했던 A씨의 개인적 비밀이 드러나 정신적 충격을 유발하고, 부부간 불화를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서울경찰청장에게 B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하고, B 경찰관의 소속 경찰서장에게는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을 대상으로 수사 대상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호에 관한 직무교육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