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망' 김제 주택 화재 현장 가보니…주인 잃은 개 7마리만 애타게 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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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사망' 김제 주택 화재 현장 가보니…주인 잃은 개 7마리만 애타게 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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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진 건 집주인 1명뿐, 집안 곳곳 까만 잿더미
인기척 들리자 ‘왈왈’, 이웃주민들 밥 챙겨주며 돌봐
전북 김제 신풍동에 사는 주민 박모씨(57)가 20일 오전 11시쯤 개 사료를 가득 담은 소쿠리를 들고 화재가 난 A씨 집을 찾았다. 그는 매일 하루에 한두번씩 A씨의 개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 뉴스1 김혜지 기자
(김제=뉴스1) 김혜지 기자 = "누가 왔다 갔나?"

20일 오전 1030분쯤 전북 김제시 신풍동 한 단독주택. 이웃 주민 박모씨(56)는 담장 너머로 집 안을 살폈다.

이곳은 나흘 전 불이 나 가족 4명이 목숨을 잃은 곳이다. 살아남은 건 집주인 A씨(50대·여)와 개 7마리.

박씨가 담장 가까이 다가가자 옥상에 있던 개 6마리가 나란히 내려와 "왈왈" 하고 크게 짖었다.

집 내부는 깨진 유리창을 비롯해 까만 그을음으로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현관문 앞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까만 잔해들이 쌓여있었고, 주변 가구들은 새까맣게 타 무너져 내려있었다.

박씨는 "저도 대형견 3마리를 키우다 보니 얘들이 밥은 잘 먹었는지 걱정돼서 와봤다"며 "마당에 사료가 있는 걸 보니 누가 왔다 간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개 사료가 가득 담긴 소쿠리가 들려 있었다.

박씨는 "A씨가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며 "원래 몰티즈 한 마리만 키웠는데 근처 공원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데리고 와 키우기 시작하더니 새끼 낳고 하면서 식구가 늘었다"고 했다.

화재로 집안 곳곳이 그을음으로 가득한 김제 신풍동 주택에 반려견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2022.3.20./© 뉴스1 김혜지 기자
이날 A씨의 집 옥상과 계단에는 개 6마리가 줄지어 앉아있었다. 한 마리는 집 현관문 옆 포개진 이불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개 사료 8포대가 쌓여있었다.

인기척이 들리면 개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크게 짖었다. 때때로 담장 쪽으로 올라가 집 밖을 살피기도 했다.

박씨는 "핸드폰도 다 탔는지 A씨와 연락이 안 돼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집 수리도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이 상태로 개들이 있어도 되는지 여러모로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자연재해, 건물 붕괴,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농식품부 '반려동물 대피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시설에 위탁할 수 있다.

김제시 관계자는 "반려견들이 대피해야할 정도로 불이 번진 상황은 아니어서 담당 공무원들이 수시로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반려견들을 장기간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인 동의 하에 임시보호시설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16일 오전 1047분께 불이 나 50여분만에 완진됐다.

이 불로 A씨를 제외한 남동생 3명(50대)과 A씨와 사실혼 관계인 B씨(70대)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웃주민들에 의하면 A씨의 남동생들은 뇌병변 장애를 앓았고, B씨는 허리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B씨가 신변 비관으로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시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었고, 동생들에게 장애수당, 생계비 등이 매달 250만원씩 지원됐다"며 "장애인 활동지원사 2명도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방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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