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오미크론 고육지책 대응, '숨은 감염자' 괜찮을까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대확산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진단검사·치료 체계가 다소 헐거워지면서 '숨은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감염자인 사례가 증가할 경우,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감염자 5~10배 더 많을 수도"…'先신속항원검사' 체계도 한몫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 초기, 검사여력이 부족했던 국가들에서 양성률이 30% 정도 나왔을 때 모델링을 해보면 실제 환자는 5배에서 10배 정도 더 많았을 거라 추정한다"며 "감기 증상이 생겼다면 거의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셔도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이 발표한 전날 0시 기준 국내 검사 양성률은 13.5%다. 26%를 기록한 하루 전보다 절반 정도 낮아졌지만, 이는 지난 7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의 전자문진표가 통합되면서 분모 격인 전체 검사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종전 방식대로 계산하면, 이날 양성률은 30.7%에 달한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도 지난 7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확진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PCR 검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는 감염자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어느 순간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 넘어가는 시점이 되면 적어도 2배수, 많게는 3배수 정도의 감염자들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3일부터 △60세 이상 △밀접접촉자 △의심증상으로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은 환자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 등 고위험군을 우선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는 체계를 전면 시행 중이다. 이달 말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제한된 검사역량을 중증 위험이 높은 고령층 등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강서구청 제공
문제는 검사의 정확도다.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일반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코 1~2cm 안으로 면봉을 넣어 비강검체를 채취하는데 바이러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검체 채취의 숙련도도 떨어져 정확성이 '2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 등에서 이뤄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조금 더 깊은 콧속 비인두도말 검체를 채취하지만 이 역시 올바른 판정을 할 확률은 50% 미만이라는 것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설명이다.
학회가 추정한 국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41.5%다. 감염된 환자 '10명 중 4명' 정도만을 양성으로 잡아낸다는 뜻이다. 역으로 60% 가까운 환자는 오미크론 변이 등에 감염됐음에도 신속항원검사로 걸러지지 않는 셈이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도 음성 여부는 90% 이상 판별해 낸다는 입장이지만, 확진규모가 커질수록 음성 예측도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 시판되는 키트 결과들을 인정한다 해도 음성이 나왔을 때 그 사람이 실제 감염자가 아닐 확률은 70~80%"라며 "더 보수적으로 보는 입장도 많다. 정부가 브리핑에서 밝힌 수치는 특이도(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할 확률) 중에서도 회사 측에서 발표한 자료만을 토대로 한 것으로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사 자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신속항원검사는 음성이 나오더라도 24시간만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로 인정되고 있다. PCR 음성 유효기간(48시간)의 절반 수준이지만, 만 하루 동안은 식당·카페 등에 대한 프리패스가 부여되는 만큼 해당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신속검사 음성 나와도 조심해야"…무증상 전파 가능성 '감수'
이한형 기자
정부는 이에 대해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 음성 시에도 비감염자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신속항원검사 음성일 때는 다시 PCR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위음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달라"며 "음성이라도 증상이 있으면 호흡기클리닉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 달라. 증상이 의심되면 다시 한 번 검사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내일(10일)부터는 재택치료 관리도 다소 느슨해진다. 정부는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 집중관리군에 대해서만 건강 모니터링을 위한 키트를 지급하고, '하루 2회' 유선 모니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외 청장년층을 포함한 무증상·경증 환자는 스스로 건강상태를 살피면서, 증상 악화 시 다니던 병·의원이나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GPS(위치정보시스템)를 활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격리 여부를 감시하는 체계도 9일부터 폐지된다. 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격리지 무단이탈 사례가 전체 0.09%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자율 격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반관리군은 당국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게 된 만큼 격리 중인 확진자나 동거가족이 이를 악용해 지침을 어기는 일들도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처방약 수령이나 생필품 구매 등 필수목적이 아님에도 외부활동을 하는 사례들이 늘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러한 위험요인은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방역망에서 놓치는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방역의 목표를 '신규확진자 억제'보다는 '중증·사망 피해 최소화'에 둘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 '선택과 집중'엔 동의…"개인지침 더 상세히 안내해야"
전문가들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방향성 전환에는 동의한다. 다만, 이같은 체제의 불가피성과 함께 신속항원검사가 위음성일 경우를 대비해 대처지침을 보다 꼼꼼히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고위험군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사전에 설명이 됐으면 혼란이 적을 텐데 기습적으로 발표된 것은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탁 교수 또한 "PCR 검사만을 계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보완적으로) 써야 한다면 사후조치가 잘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개인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행동요령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번에 나온 대책은 '신속항원검사가 양성일 때 어떻게 해야 한다' 정도만 있고, 음성일 때는 명확한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속항원검사는 가급적 선별진료소나 호흡기클리닉 등에서 받되 조금이라도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음성 이튿날이라도 재검을 받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숨은 감염자의 영향으로 신규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그에 비례해 중환자와 사망자도 늘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가) 가장 피해야 하는 메시지는 오미크론 변이가 거의 독감이라는 둥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며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접근할 시점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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