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중국 영웅… 안현수 향해 ‘분노와 연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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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중국 영웅… 안현수 향해 ‘분노와 연민’ 동시에

보헤미안 0 345 0 0

안현수, 한국·러시아·중국 3개국 금메달
동정론·자성론과 함께 분노·실망 표출하기도
국내에서 고조된 반중 정서가 반감 키운듯
5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혼성 계주 결승전 후 열린 메달 세리머니에서 중국팀 안현수 기술코치가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2000m 혼성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국적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의 행보를 두고 다양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모국인 한국을 제치고 메달을 차지한 데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동시에 표출됐다. 이에 맞서 그가 처음 태극마크를 버렸을 때 불거졌던 동정론과 자성론도 또다시 일어났다.
 

안현수→빅토르 안→안셴주 3개국 소속 챔피언 


안현수 기술코치가 이끄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결승에서 2분37348을 기록하며 이탈리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안현수는 중국 선수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양팔을 벌려 환호하며 선수들과 포옹했다.

선수로서 메달 8개(금 동 2개)를 획득한 안현수는 코치로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한국 대표로 2006년 토리노 대회 3관왕에 올랐고, 러시아에 귀화해 출전한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3관왕을 차지했다. ‘쇼트트랙 황제’가 3개 국가에 금메달을 선물한 셈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안현수가 러시아에 이어 중국팀을 대표해 한국에 대항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반중 정서도 안현수를 향한 반감을 키웠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감독이 중국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요인이다. 홈그라운드 이점을 등에 업은 중국이 한국 대표팀 감독을 영입한 데 이어 쇼트트랙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안현수까지 데려온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전술과 대회 노하우가 중국으로 향한 셈이다.

누리꾼 사이에선 “빅토르 안은 응원했어도 안셴주는 도저히 응원할 수 없다” “왜 하필 중국이냐” “한국이 떨어졌을 때 안현수는 분명히 환호했을 것” “중국 코치는 오직 돈만 쫓은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안셴주(安賢洙)는 안현수의 중국식 발음이다.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편파 판정 논란까지 불거지며 러시아 내에서도 안현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 최대 SNS 브콘탁테(VKontakte)에서는 “안현수도 판정 덕을 봤다” “배신자” “빅토르 안이 아니라 안셴주다” “러시아에 영원히 살겠다더니…” “왜 러시아가 아닌 중국 코치를 하고 있는 것이냐”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안현수는 2014년 러시아 소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한 뒤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영원히 살겠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러시아 누리꾼들의 조롱은 안현수의 당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혼성 계주 결승전에서 중국의 우승으로 기뻐하던 안현수 기술코치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왼쪽은 김선태 감독.
 

안현수는 희생자? “쇼트트랙인으로서 당연한 선택” 


반면 안현수를 감싸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안현수를 응원하는 누리꾼들은 “있을 때 잘해야지” “계속 쇼트트랙을 하고 싶어 하는 안현수로선 당연한 선택” “빙상연맹 보고 있나” “빙상연맹을 향한 안현수의 두 번째 복수” 등의 의견을 남겼다. 안현수를 국내 빙상계 파벌싸움의 희생자로 보는 동정론의 표현이다.

중국의 금메달 획득과 함께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당시의 사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한국 쇼트트랙 스타로 떠오른 안현수는 밴쿠버 대회를 2년 앞둔 2008년 슬개골이 골절되는 무릎 부상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속팀이 해체되며 ‘무적’ 상태가 됐다. 힘겹게 재활을 마치고 2009년 4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표 선발전에 나섰지만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이때 안현수에게 손을 내민 곳이 러시아였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쇼트트랙 종목을 집중 육성하려던 러시아 빙상연맹으로부터 2011년 1월 러브콜을 받았고, 귀화 제안을 수락했다.

안현수의 귀화 후 그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대표 선발전 과정에서 대한빙상연맹의 파벌다툼과 부조리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출신학교와 지도자에 따라 선수들끼리 ‘짬짜미’가 이뤄지고 파벌도 극성을 부린다는 주장이었다. 안현수가 고질적인 체육계 부조리의 피해자라는 여론이 형성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까지 나서 빙상계 성토에 가세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경기가 끝난 후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배경을 소개하며 “올림픽 챔피언이던 그는 한국에서 파벌싸움에 휘말렸고, 그렇게 변두리로 전락했다. 아버지가 팀 내 파벌을 폭로하면서 팀 동료들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안셴주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쇼트트랙 중국 대표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연합

선수들의 국적 바꾸기가 종목을 막론하고 국제 스포츠계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선수를 특별귀화시킨 일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안현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안현수와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두 감독 모두 한국 축구대표팀 출신이다. 신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총지휘했고,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 코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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