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명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주입시킨 뒤 알아낸 3가지
세계 첫 코로나 ‘인체유발시험’
① 잠복기, 5~6일 아닌 평균 2일
② 바이러스 최대 증식처는 콧속
③ ‘신속항원검사’도 좋은 진단법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주황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NIAID 제공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실시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유발시험’(Human Challenge Trial) 결과가 나왔다.
인체유발시험이란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효과적인 질환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험 과정에서 자칫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윤리적 논란도 있는 시험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이 주도하는 영국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18~30살 건강한 성인 남녀 36명을 대상으로 인체유발시험을 진행하며 감염 시작부터 바이러스 소멸 시점까지 전 과정을 정밀 관찰했다.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출판전 논문 모음집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에 발표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 참가자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나서 평균 2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염자들은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 증세를 보였다. 픽사베이
증상은 기도(목구멍)에서부터 시작됐으며 바이러스 양은 감염 5일 후에 정점을 찍었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콧속(비강)이었다.
참가자 가운데 절반인 18명이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16명은 코막힘이나 콧물, 재채기, 인후통 같은 가볍거나 심하지 않은 감기 증세를 보였다. 일부 참가자에게선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피로감,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감염자 중 13명은 일시적으로 후각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3명을 제외하고는 90일 이내에 후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3명도 3개월 후 증상이 계속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에서는 아무런 질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험에 사용한 바이러스는 변이가 출현하기 이전인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자로부터 채취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시험 참가자들의 코 안으로 바이러스를 소량 주입한 뒤, 2주 동안 병원에서 감염 진행 상황을 집중 관찰했다. 그러나 참가자 가운데 2명은 바이러스 주입 전에 항체 반응이 나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체유발시험에서 폐의 기능을 측정하고 있는 참가자. H-VIVO 제공
코로나19의 경우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인체유발시험은 바이러스 노출 직후부터 인체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관련한 상세한 데이터를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진이 이번 시험에서 얻은 성과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짧은 잠복기다.
감염자 18명의 잠복기는 평균 42시간이었다. 기존 추정치인 5~6일보다 훨씬 짧았다. 잠복기 이후 감염자의 코나 목에서 채취한 면봉에서는 바이러스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둘째는 바이러스의 증식이 가장 활발한 곳은 콧속(비강)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본격적인 증식을 시작한 곳은 목이었다. 목에서는 감염 후 40시간, 코에서는 감염 후 58시간이 지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바이러스 최고 수치는 목보다 코에서 훨씬 높았다. 이는 입보다 코를 통해 바이러스 몸밖으로 배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걸 뜻한다. 또 마스크를 쓸 때는 입과 코를 모두 가려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무증상인 사람들도 바이러스 수치는 비슷했다.
영국의 신속항원검사 키트. 노샘프턴대 제공
셋째는 신속항원검사(lateral flow tests)의 유용성이다.
연구진은 코 안으로 면봉을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좋은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 결과는 감염과정 전반에 걸쳐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 결과와 잘 맞았다. 다만 바이러스 수치가 낮은 감염 시작 및 종료 시점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신속항원검사는 피검사자의 바이러스에 감염력이 있는지, 격리 상태를 해제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데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주 2회 신속항원검사를 할 경우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의 70~80%가 생성되기 전에 진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감염내과 크리스토퍼 치우(Christopher Chiu) 교수는 “감염 첫날이나 둘쨋날에는 민감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가 낮을 수 있지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입자 모형.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제공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체유발시험의 한 모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런던 로열프리병원에서 진행한 이 획기적인 시험 참가자들은 모두 가벼운 증상만 보임으로써 다시 실시해도 무방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는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시험을 위한 연구의 기반을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우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젊은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감염 시험에서 심각한 증상이나 임상적 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입한 바이러스 수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이었다. 이는 감염력이 가장 높을 때 비강 내 비말 한 방울에서 발견되는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같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됐음에도 누구는 감염되고 누구는 감염되지 않는 이유를 확인할 계획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효과를 발휘했을 가능성, 이마저도 필요없는 강력한 선천적 면역력 보유자일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연구진은 또 여건이 되는 대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델타 변이에 대한 인체유발시험도 계획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험용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겪을 수 있는 건강상의 위험에 대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H-VIVO 제공
‘네이처’는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성과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예컨대 미국 메릴랜드대 메건 데밍 교수(바이러스학)는 ‘네이처’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가자의 4분의 1 이상이 6개월 이상 후각이나 미각 이상을 겪었다”며 “이것이 이번 시험에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위험인 것으로 보이며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체유발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사회적 이익은 현재로선 약속어음이며, 아직은 손에 쥐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이번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 참가자들에겐 4565파운드(약 746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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