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분한 매너’ 윤 ‘대장동 공세’ 안 ‘차별화’로 승부수
오는 31일 양자 토론 후 다음달 3일 4자 TV 토론 시나리오가 떠오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양자 토론에선 “윤 후보 측의 대장동 공세가 거셀 것”(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전망이다.
“자신 있는 분야에선 상당히 논리적이지만 그 분야의 폭이 좁다”(박영선 전 중기벤처부 장관)는 상대 측의 평가를 받는 윤 후보 입장에선 ‘학습된 영역’에서 이 후보의 예봉을 꺾는 게 급선무일 수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대장동 공세를 평정심을 유지한 채 방어하면서 경제 분야 등으로 전선 확대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차분한 매너와 태도로, 윤 후보는 숫자와 디테일로 이미지 반전을 준비 중이다.
윤 후보 측은 양자 토론에 대비해 대장동 관련 질문을 100여 개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이 후보의 거짓말 논란과 다른 의혹들도 추궁하며 양자 토론을 검증의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토론 준비 관계자는 “각종 논란과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특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이 후보의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며 “국정감사 등에서 피해 다니던 이 후보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일대일 토론에선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근 토론에 대비해 정책 배경 지식과 현안을 공부하는 데 긴 시간을 써왔다고 한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말만 번지르르한 것보다는 팩트와 진정성으로 승부할 예정”이라며 “디테일에 강한 윤 후보의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에게 따라붙는 ‘정치 초보’나 ‘실언’이란 꼬리표를 이번 토론에서 떼겠다는 심산이다. 당 관계자는 “토론 대응팀이 정리한 분야별 이슈와 예상 답변 등을 윤 후보가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며 “지난 26일 정책 토론회에서도 윤 후보는 연설문을 보지 않고 약 10분간 축사를 했다”고 전했다.
최근 윤 후보는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만큼 이 후보는 물론 단일화 상대로 거론되는 안 후보의 공세도 염두에 두고 방어 전략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당내 경선 토론 당시 효과를 봤던 모의토론 등을 통한 점검도 계획돼 있다. 윤 후보는 최근 토론 실무단에 “이미 토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예행 연습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자신감도 보였다고 한다.
지난 26일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이 후보는 대장동 공세가 쏟아져도 ‘무 네거티브’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김건희씨 녹취록을 토론에서 얘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윤 후보는 방어 준비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대장동 의혹 공세에 대해서는 이미 대응 경험이 많아 큰 걱정이 없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장동 이야기는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수도 없이 해명했다. 토론에서 또 꺼내도 대응이 달라질 건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선대위 내에서는 말 잘하기로 소문난 이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치가 높다 보니 오히려 작은 실수나 감정 표출로 실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당내 경선 TV 토론에서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질문에 “제가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며 감정을 숨기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무 네거티브 기조가 자칫 맞대응 카드 빈곤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토론 준비에 관여하고 있는 선대위 관계자는 “분을 감추지 못하거나 지식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비호감을 줄 수 있다”며 “TV 토론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장”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의 대역으로 검사 출신 인사를 모의 토론에 투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연일 빡빡한 지역 유세 일정을 소화 중인 이 후보 측에선 “리허설 한 번이라도 해보면 다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선대위 공보팀 관계자는 “이 후보가 토론 내내 ‘태도가 생명’이란 인식을 염두에 두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양자 토론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계속 주장하면서 두 후보를 포퓰리즘과 비호감 후보로 몰아가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낀 4자 TV 토론에서는 두 후보의 포퓰리즘 정책이 제대로 부각될 것”이라며 “두 후보가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공적연금과 귀족 노조 개혁 문제도 적극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최근 주변에 경제·안보 분야 토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직접 기업(안랩)을 운영해 보고 군 복무(해군 군의관 출신)를 한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안 후보는 2017년 대선 토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적이 있다. 이태규 본부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금태섭 전 의원과 오세훈 시장과의 토론만 봐도 안 후보가 선전했다”며 “이에 비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안 후보의 강점을 어필하기가 더 쉬운 상대”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최근 토론 준비팀과 둘러앉아 예상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준비해 왔다고 한다. 2017년 대선 때도 TV 토론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만큼 이번 TV 토론이 반등의 기점이 될 거라는 기대가 당내에 상당하다. 심 후보 측은 “주 2~3회가량 후보와 실무단이 현안별 스터디를 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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