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기부천사 행세하던 사기꾼, 영장 나왔는데 지금도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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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기부천사 행세하던 사기꾼, 영장 나왔는데 지금도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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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경찰이 마스크 수천만장을 기부하고 ‘기부천사’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치다가 지난달 영장까지 발부된 무역 업체 대표 박모(77)씨를 아직도 붙잡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잠적해 추적이 어렵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박씨와 그의 측근들이 지금도 회유를 위해 연락을 해온다며 수사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를 대상으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9건, 강남경찰서에 2건 등 총 11건의 고소장이 접수돼있다. 박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마스크 생산 업체들이 연달아 접수한 것이다. 박씨는 지난 2020년 W업체를 설립한 뒤 해외 판로를 열어주겠다며 피해 업체들에게 접근했다. 피해 업체들은 “박씨가 미국 업체와 체결한 계약서를 제시하며, 싼 값에 마스크 재고를 넘기면 많게는 수십억 장의 마스크를 미국과 동남아에 팔아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박씨는 작년 초부터 업체들로부터 받은 마스크를 전국 지자체와 관공서, 사회복지시설 등 500여 곳에 기부했다. 박씨에게 기부 목적으로 마스크를 넘긴 업체만 10여 곳에, 기부 마스크만 7000만장에 달한다고 한다. 업체들은 ‘기부천사’ 박씨가 해외 판로를 열어주길 기다렸지만, 외국 업체와의 계약은커녕 기부를 위해 염가에 공급한 마스크 대금조차 받지 못했다. 이에 참다 못 한 업체들이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본지 기사(2021년 11월 12일 마스크 7000만장 ‘기부 천사’의 반전...제조사엔 대금 안줘 피소)를 통해 알려졌다.

경찰은 수서경찰서를 중심으로 박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고 있으나, 박씨의 신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서서에서 진행한 3차례 피의자 소환 조사 당시, 박씨 본인은 응하지 않고 법률대리인만 출석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씨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박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그럼에도 영장만 발부돼있을 뿐, 박씨는 여전히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고 있다.

업체들은 “박씨가 수사를 받는 내내 ‘곧 해외 판로를 뚫을 수 있으니 고소를 취하해달라’며 연락해왔는데, 경찰이 박씨를 잡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한 피해 업체 대표 A씨는 “영장이 발부된 이후인 지난 21일에도 박씨로부터 대금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역시나 돈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1일에는 도주 중인 박씨가 W업체 직원들에게 “모든 (대금) 지불이 실현될 수 있다”며 문자까지 보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박씨를 쫓고 있다”며 “박씨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추적이 어렵다”고 했다.

업체들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박씨가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박씨가 작년 9월 “얀센과 화이자 코로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홍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코로나 백신은 중앙 정부만이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지만, 박씨는 업체 홈페이지와 언론 등에 “우리 정부도 얀센과 화이자 백신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본인을 거쳐야 한다”고 적었다.

마스크 생산 업체 대표 B씨는 “최근엔 중국 공상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받아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연락이 왔는데, 확인해보니 공상은행은 한국에서는 신용장을 발행해주지 않았다”며 “경찰이 박씨와 함께 사기 행각을 벌이고 다녔던 W업체 이사 박모씨와 이모씨 등을 추적해서라도 하루 빨리 박씨를 붙잡아주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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