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확산하는 서방 균열론… 러·우크라 전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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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확산하는 서방 균열론… 러·우크라 전쟁 향방은?

보헤미안 0 302 0 0

英 BBC, ‘서방 합의 얼마나 지속되나’ 의문 제기
전쟁 3개월 지나며 피로감 극에 달한 현실 지적
"우크라가 좀 양보하면 어떨까" 여론 차츰 커져
‘공’은 美로… 바이든 행정부 결론에 ‘시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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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서방 지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균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분명히 고통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3개월이 지나면서 유럽 등 서방의 전쟁 피로감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하자’는 기치 아래 일치단결했던 서방에서 조금씩 의견차가 드러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로 ‘정의’를 구현할 것인가, 아니면 우크라이나가 조금 희생해 러시아 체면을 어느 정도 살려주는 선에서 전쟁을 끝냄으로써 ‘평화’부터 가져올 것인가.

강대국 러시아의 총력전 앞에 우크라이나 국력의 열세가 차츰 드러나는 가운데 균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결국 미국의 결단에 모든 게 달려 있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서방의 합의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며 미국의 입장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BBC에서 외교 전문기자로 이름이 높은 폴 애덤스가 기사를 작성했다.

사실 보도 내용은 특별히 새로운 게 아니다. ‘정의’를 외치는 영국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참패하길 원한다. 우크라이나가 이겨서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 2014년 크름(크림)반도에서 러시아에 빼앗긴 땅까지 모두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이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워 전부터 침략 위협에 시달려 온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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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미국 등 서방에서 제공한 재블린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는 모습. 재블린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러시아 기갑부대 탱크 격파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대로 정의보다는 당장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국가들이 있다.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그렇다. 지난 수백년간 유럽의 강대국이었던 이들은 러시아와도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낸 역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강대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참패한다면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을 것임은 이들은 잘 안다. 그래서 러시아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

이른바 ‘정의론’과 ‘평화론’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양보라는 대목에서 충돌한다. 정의론자들은 “서방이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하면 우크라이나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무슨 휴전 타령이냐”고 말한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휴전이 아니고 무기”라고 외친다. 현 상황에서 휴전 후 평화협상을 개시하면 결국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해서 전쟁 종식을 이끌어낸들 한 독립국(우크라이나)의 굴복을 전제로 삼은 ‘나쁜 평화’에 불과하다는 게 정의파 주장이다.

평화론자들은 “그 정의를 이루기 위해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야 하느냐”고 반박한다. 일단 휴전부터 선언해서 더 이상의 인명피해를 막은 다음 평화협상을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2014년 크름반도를 시작으로 최근 전면전 개시 이후까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잃은 영토를 되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의 ‘희생’을 전제로 한 평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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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이 지난 5월22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격려하고 있다. 폴란드는 서방 주요국에서 나오는 ‘휴전’ 주장을 일축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잃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이우=EPA연합뉴스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BBC도 “결국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로선 미국 입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미국도 평화론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에 최첨단 다연장 로켓포와 방공 및 레이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군을 타격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기에 러시아 입장에선 아주 심각한 상황 전개가 아닐 수 없다.

BBC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영토 할양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에 주목했다. 물론 키신저는 지금의 미 행정부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그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제정치학계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성질의 것은 아니다.

결국 미 행정부 내에도 아직 통일된 입장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BBC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 간에, 그리고 각국 정부 내부에서도 곧 고통스러운 논쟁이 벌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향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열세, 그리고 러시아의 우세가 분명해질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 행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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