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만큼 돈 준다 해도 조선소로 안 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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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만큼 돈 준다 해도 조선소로 안 돌아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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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절벽은 끝났지만 생산 절벽이 찾아왔다.”

최근 조선업계에선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주 회복기가 찾아왔지만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선업 불황기를 거치며 고착화된 저임금 때문에 조선소에서 이탈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조선소에서 사내 하청노동자(도장공)로 일했던 이강혁씨(56)는 지난 3월 중순 경남 거제를 떠났다. 2006년부터 조선소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16년 만이다.

이씨는 현재 충북 청주의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정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나이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면서까지 이씨가 거제도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26일 전화통화로 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조선소의 인력난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거제도에 있을 땐 어떤 일을 했는지.

“서울에서 살다가 2006년 거제도로 내려갔다. 첫 일터는 삼성중공업이었다. 거기서 3~4년가량 일하다 대우조선해양으로 옮겼다. 원청 소속 직영 노동자는 아니었고 사내 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업무는 도장 파트였다. 도장은 크게 파워, 스프레이, 터치업 등 세 분야가 있다. 파워는 그라인더를 이용해 선체 표면의 녹을 제거하는 작업이고, 스프레이는 스프레이 건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페인트를 분사해 도색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터치업은 스프레이 건으로 못하는 사각지대를 붓이나 롤러를 이용해 페인트칠하는 작업이다. 나는 터치업 일을 했다.”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는지.

“3월 중순에 거제를 떠나 처음엔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내부시설 공사 쪽으로 갔다. 업체에서 필요한 자재를 조립해 올려주거나 천장 부위 전기공사가 끝나면 패널을 설치하는 시스템 실링공사 등을 했는데 잘 맞지 않아 열흘 만에 나왔다. 지금은 청주 하이닉스 반도체 건설현장에서 전선을 깔아주는 ‘전기 포설’ 일을 하고 있다.”

-조선소에서 일할 때 임금수준이 어땠나.

“대우조선해양의 사내 하청업체들은 직접고용한 ‘본공(1차 하청노동자)’에게 연간 55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2016년 이후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꾸면서 상여금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가량 오르는 것으로 결정된 뒤 하청업체마다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2017년에 상여금 550%를 모두 없앴다. 이후 거의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면서 일했다. 터치업 파트는 시간당 임금이 약한 편이라 조선소를 떠날 때 받은 시급이 9200원(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이었다. 올해 원청이 하청업체에 주는 기성(도급비)이 3% 정도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하청업체들도 그간 낮은 도급비로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금이 오를 여지는 거의 없을 거다. 올라봐야 몇백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근속이 쌓인다고 대우를 해주는 것도 아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회사별로 근속수당이나 특근수당 등도 주곤 했는데 어려워진 후로는 모두 사라졌다. 오늘 들어온 사람이나 10년 된 사람이나 임금이 비슷하다. 숙련공으로선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구조다. 한때 조선소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임금체계를 보면 기본급이 낮기 때문에 잔업, 특근을 해서 그나마 돈을 버는 구조였다. 사실상 자기 몸 상하는 것과 임금을 바꾼 것이었다.”

-저임금이 조선소를 떠나게 된 이유인가.

“그렇다. 저임금에다 일은 험하고 전망이 없다고 느꼈다. 올해 나이가 만으로 56세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임금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렵다. 게다가 몇년 뒤면 정년인데 이렇게 조선소에서 계속 일한다면 노후를 대비할 수 없다. 나는 최근에 거제도를 떠났지만 이미 2016년부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육상 쪽으로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 우스갯소리로 평택, 파주, 청주 등지에서 일하는 육상 건설 노동자 중 절반은 조선소에서 온 사람들일 것이라 하더라.”

-새로 찾은 일자리는 조선소와 비교해 임금수준이 어떤가.

“같은 시간 일했을 때 조선소에서 벌었던 수입보다 최저 100만원, 많게는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숙식도 제공해주니 짠돌이처럼 지내면 조선소에 있을 때보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 조선소를 떠난 사람들이 육상에서 일해보고 벌이가 더 좋으니 예전 조선소 동료들에게 연락해 ‘바보야, 아직 조선소에 있냐. 빨리 나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또 일부 하청업체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 보험을 장기간 체납한 상태고, 정부에서도 이를 묵인하고 있어 하청노동자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의 한 사내 하청업체는 체납기간이 20개월 이상이어서 노동자들이 퇴직하고 싶어도 퇴직금조차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육상과 조선소의 임금이 비슷하다면 노동자들이 다시 조선소로 돌아갈까.

“조선소 하청업체들이 떠난 하청노동자들에게 육상만큼 돈을 준다고 제안해도 다시 돌아가진 않을 거다. 여러 번 굴곡을 거치면서 아픈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불황이 오면 하청노동자들부터 임금이 삭감되고 손쉽게 잘려나가는 걸 지켜봤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다. 생산직 중에 원청 정규직보다 하청노동자들이 많은 이유도 불황기 때 쉽게 자르기 위해서다. 나만 해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장 일할 때 탱크에 들어가 작업을 하면 유기용제가 날리고 하니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여기는 그렇게 유해한 환경도 아니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높다. 조선소가 수주한 물량을 본격적으로 만들어야 할 내년이 되면 일할 사람이 없어 더 곡소리가 날 거다. 당장 하청업체들은 직업소개소에서 물량팀(1차 하청업체에서 재하도급을 받아 일하는 비정규직)을 데려다 급한 불을 끄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선소 인력난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결국 임금을 인상하고 하청노동자를 경기변동의 방패막이로 삼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조선소에 새로 들어오는 인력이 없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에서 일하는 기존 노동자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옮겨 다니는 구조다. 이런 돌려막기식 행태로는 언젠가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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